[사설] 유화업계 16년만의 빅딜, 산업구조조정 신호탄 돼야

국제유가 하락과 세계적 공급과잉으로 고전을 거듭해온 석유화학 업계가 마침내 자발적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서울경제신문 16일자 보도에 따르면 유화업체들로 구성된 '유화사업구조조정개편 추진 민간협의체'는 국내 4위 기업인 롯데케미칼과 5위 효성의 테레프탈산(TPA) 설비를 1위 한화종합화학에 넘겨 통합하기로 했다. 설비가 통합되면 한화의 TPA 설비 규모는 307만톤으로 48.42%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또 한화는 삼남석유화학·태광산업과 물류 합작법인을 설립해 TPA 원료를 공동 구매하기로 했다. 합성섬유의 중간재인 TPA의 공급과잉 문제는 진작부터 지적돼왔다. 국내 기업들은 수출의 80%가량을 중국에 의존해왔으나 중국이 2011년부터 대대적인 증설에 나서면서 수출길이 막혀 지난해 하반기 일부 기업이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유화업계의 구조조정은 정부도 나서 독촉할 정도로 시급한 사안으로 이번 빅딜이 재도약의 발판이 되기를 기대한다.

공급과잉은 사실 유화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산업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렇다 할 구조조정을 하지 않아 많은 분야에서 공급과잉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선업종만 해도 현대중공업 등 빅3기업이 모두 기록적인 적자를 내는 등 업황 부진이 계속되고 있으며 철강 업종마저 중국의 저가 철강재 공세로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그 부담은 은행으로 옮겨붙고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다. 당장 조선업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건전성이 나빠진 수출입은행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1조원의 현물출자를 추진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번 유화업계의 자발적 구조조정이 다른 업종으로 번져 우리 산업 전반에 만연한 공급과잉을 해소해야 한다.

구조조정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세제지원 등으로 작업을 독려할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이 필수적이다. 정치권은 원샷법 처리가 더 늦어진다면 우리 주력산업이 회복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다는 점을 명심하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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