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장으로 변한 차스닥… 개인끼리 '폭탄돌리기' 양상

지난달 30일 개장한 이후
기관 차익 챙기고 모두 철수
작전세력만 판쳐 '널뛰기장'
전문가 "6개월간 얼씬도 말라"


중국판 나스닥인 차스닥이 투기장 그 자체로 전락했다. 지난달 30일 농기계 업체인 지펑농기 등 28개 업체가 첫 상장되며 출발한 차스닥은 현재 자산운용사, 증권사 등 기관은 사실상 모두 철수하고 개미(개인 투자자)만 남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신세다. 차스닥 종목을 분석해주는 이렇다 할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리포트 하나가 없는 게 현실이다. 상장 첫날 폭발적으로 매매가 이뤄지며 200억위안이 넘었던 총 거래량은 9일 현재 10분의 1 가랴 줄어든 20억위안 안팎으로 줄어들었다. 투자 근거가 되는 기업 분석 보고서가 없는데다 유동성마저 급격히 줄어들면서 기관 투자자는 아예 들어올 엄두도 못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관 투자자는 물론이고 개인 투자자들은 시장이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힐 것으로 예상되는 향후 6개월간 차스닥에 들어올 생각을 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있다. 9일 현재 상장 당일 종가보다 상승한 종목은 6개에 불과하고 나머지 22개사는 일제히 하락했다.상장된지 일주일여만에 대부분 회사 주가의 최고가 대비 최저가 등락률이 50% 안팎에 이를 정도로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기관, 상장 첫날 모두 빠져= 기관 투자자는 지난 30일 상장 첫날 보유 물량을 모두 팔고 일찌감치 시장에서 빠져나간 것으로알려졌다. 우리투자증권 베이징 대표처의 주희곤 리서치 센터장은 “상장 전에 주식 공모 과정 등 프리 코스닥 시장에서 일부 지분을 매입한 기관 투자자는 상장 첫날 차스닥 기업 주가가 폭등할 때 사실상 모든 주식을 팔고 시장을 빠져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10일 경제 일간지인 베이징 샹바오에 따르면 기관들은 상장 첫날 물류회사인 신닝물류와 남펑 주식회사 등 2개사만 각각 782만위안과 1,088만위안어치를 매입했다. 반면 이날 기관 매도 물량은 거의 전 종목에 걸쳐 무차별적으로 이뤄줬다. 이후 기관의 매입 종목은 지난 3일 에너지 절약업체인 사외절수와 리스전에 각각 158만위안과 305만위안의 매입 주문이 나오는 등 7개 종목에 대해 극히 소량의 매수 주문이 나온 것을 빼고는 사자세를 찾아볼 수가 없다. 기관은 상장 첫날 투기 매수 세력이 몰려들며 주가가 한껏 치솟을 때 지분을 거의 모두 처분했기 때문에 짭짤한 이득을 챙길 수 있었다. 특히 첫날은 가격 제한 폭 없이 무제한으로 급등할 수 있어 이익 폭은 더욱 컸다. 예를 들어 중신증권은 차스닥 상장회사인 선저우 타이위에 주식 210만주를 공모 청약 등을 통해 사전에 매입했다가 상장 첫날 매도해 큰 이익을 남겼다. 상장 첫날 이 회사 시가 총액은 3억1,000만위안에 달했으나 이후 내리 주가가 하락하면서 9일 현재 1억800만위안으로 축소됐다. 하이통 증권도 또 다른 차스닥 회사인 인지앙 주식 150만주를 사전에 매입했다가 상장 첫날 팔아 짭짤한 이익을 남겼다. 이 회사 시가 총액은 첫날 8,250만위안에 달했으나 9일 현재 4,732만위안으로 축소됐다. ◇거래량 9분의 1로 줄어= 첫날 기관들이 대거 보유 지분을 내다 팔고 이들 물량을 개인 투기 세력이 받치면서 219억위안까지 치솟았던 하루 거래량은 이후부터 급속하게 줄어들더니 지난 9일에는 25억위안까지 떨어졌다. 지난 5일 거래량이 전일보다 소폭 증가한 것을 빼고는 계속해서 거래량이 줄어들었다. 거래량 급감과 함께 주가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상장 당일 1,399억원에 이르던 총 시가총액은 9일 1,217억위안으로 떨어지며 동 기간 182억위안으로 공중으로 날아갔다. 이는 하루 평균 30억위안의 시장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 계열인 후아이 브라더스 미디어는 상장 첫날 148% 올랐다가 다음 날 바로 가격 제한폭인 10% 떨어진 주당 63.73위안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줄곧 약세 흐름을 보이며 10일 현재 55.1위안을 나타냈다. 또 다른 차스닥 회사인 베이징 토리드 아웃도어 프로덕트도 상장 첫날 153%까지 급등했다가 다음날 가격 제한폭인 10%까지 떨어지는 것을 시작으로 내내 하락세를 보이더니 10일에는 39.8위안을 기록했다. 기관들이 첫날 대거 매도한 주식을 개인들이 떠안고 큰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상하이 소재 HSBC 진트러스트 펀드 매니지먼트에서 12억달러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얀지 펀드 매니저는 “앞으로 최소 6개월간은 차스닥 기업중 어떤 것도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투자자에게 안전할 것이다”고 말했다. ◇시세조종 세력 득실= 거래량 급감으로 유동 주식수가 현저히 떨어지면서 이를 악용한 시세 조종 세력이 활개를 치고 있다. 터루이터 종목의 경우 하루에도 특정 증권사 창구에서 매수와 매도가 빈번하게 일어나며 주가를 조종하는 모습이 관찰됐다. 지난 3일 이 주식 매도에 나섰던 5개의 증권사 창구중 4개 창구에서 또 다시 대량 매수 주문이 나오는 현상이 포착됐다. 5개 창구에서 이날 이 주식을 1,800만위안어치 매입했지만 동시에 647만위안어치를 매도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같이 시세조종 세력이 득세하는 것은 무엇보다 유동 주식수가 적은데다 주주 수 자체도 많지 않아 조그만 매수 매도 주문으로도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28개 상장사중 가장 주주 수가 적은 기업은 회싱창업으로 1만6,084명에 불과하고 가장 많은 기업인 화이슝띠는 6만187명에 달한다. 차스닥 주가는 고점 대비 가파르게 하락했지만 여전히 다른 주식시장에 비해 주가의 고평가 여부를 나타내는 주가수익배율(PER)이 높다. 9일 현재 차스닥의 주가수익배율은 71.13배로 상하이 주식시장의 33.1배, 미국의 S&P 500 지수의 21배보다 2~3배 이상 웃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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