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축구대표팀이 최종 모의고사를 치른다. 16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결전의 땅 이란에 입성한 슈틸리케호 태극전사들은 18일 오후9시55분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이란과 맞붙는다. 내년 1월 아시안컵(호주) 이전에 치르는 마지막 평가전이다.
울리 슈틸리케(60·독일)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15일 요르단과의 평가전을 1대0 승리로 장식했으나 적잖은 아쉬움을 남겼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51위로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이란(한국은 66위)을 꺾고 자존심을 세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선수들은 이날 60번째 생일을 맞은 슈틸리케 감독의 '깜짝 환갑잔치'를 마련하며 분위기도 돋궜다.
◇중앙수비 최적조합 찾아라=요르단전 '불안한 승리'의 근원은 중앙 수비였다. 당면 목표인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서는 탄탄한 수비가 필수. 슈틸리케 감독이 이란전에서 어떤 조합으로 수비 해법을 찾을지 주목된다.
요르단과의 경기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실패를 맛본 김영권(광저우 헝다)-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조합을 재가동했다. 하지만 김영권은 잇따라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며 위기를 불렀다. 그는 전반 10분 요르단 역습 상황에서 무리하게 공을 빼앗으려다 칼릴 바니아테야에게 돌파를 허용했고 후반 30분에는 백패스 실수로 상대에 슈팅 찬스를 내줬다.
큰 실수가 없었던 홍정호는 이란전에서도 중앙수비수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곽태휘(알힐랄)와 장현수(광저우 부리) 중 누가 홍정호의 짝을 이룰 것인지가 관심이다. 장신의 곽태휘는 빠르지는 않지만 적극적으로 상대를 괴롭히고 세트피스 상황에서도 강하다. 장현수는 영리한 플레이가 강점이며 올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주장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절반의 성공 박주영, 이번에는=브라질 월드컵 이후 4개월 만에 대표팀에 승선한 박주영(알 샤밥)은 슈틸리케 감독의 첫 시험 무대인 요르단전에서 원톱 스트라이커로 90분 풀타임을 뛰었지만 공격포인트를 따내지는 못했다. 괜찮은 몸놀림에도 전반에 한 차례의 슈팅도 시도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후반 3분께 날린 중거리포가 유일한 골 기회였다. 후반에 이청용(볼턴)과 손흥민(레버쿠젠)이 투입돼 공격이 활기를 띠는 과정에서도 볼을 연결하는 역할에만 주력했다.
반면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10골을 기록 중인 한교원(24·전북)은 A매치 4경기 만에 데뷔 골을 터뜨리며 이름을 확실히 알렸다. 한교원은 전반 34분 차두리(서울)가 크로스를 올리자 문전에서 날아오르며 헤딩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아자디 스타디움 '무승' 끊나=이란과 평가전을 치르는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은 원정팀의 무덤이다. 한국은 이란과 역대 전적에서 9승7무11패로 열세인데 특히 아자디 스타디움에서는 5경기에서 2무3패로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3·4위전에서 이란을 상대로 득점한 기억이 있는 구자철(마인츠)은 "이란을 만나 져본 적이 없는데 원정 경기는 처음"이라면서 "이란에 대한 좋은 기억을 이어가겠다"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