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국내 중국투자펀드 10개 중 9개는 투자자가 맡긴 자금까지 까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부 펀드는 설정액이 50억원 밑으로 떨어지면서 '자투리 펀드'로 전락하기도 했다.
3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전체 중국투자펀드 179개 중 설정액보다 순자산액이 적은 펀드는 156개로 전체의 87%를 차지했다.
중국 증시가 한창 상승하던 5월 말에는 설정액보다 순자산액이 적은 펀드가 30개에 불과했지만 3개월 만에 5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설정액은 투자자가 자산운용사에 맡긴 자금이고 순자산액은 투자자의 자금과 운용 수익을 합한 것이다. 순자산액이 설정액보다 적은 것은 펀드 전체로 봤을 때 원금에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순자산액이 설정액보다 많은 펀드는 상장지수펀드(ETF)가 많았으며 주식을 직접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 중에서는 '이스트스프링차이나드래곤AShare자(H)[주식]클래스A' '동부차이나본토자(H)[주식]ClassC-F' 'KB연금중국본토A주자(주식)C 클래스' '삼성누버거버먼차이나자H[주식-재간접]_A'가 설정액보다 순자산액이 많았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장기수익률은 여전히 플러스인 만큼 모든 투자자의 원금손실이 발생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뒤늦게 중국펀드에 투자한 사람들은 손해를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투자펀드로부터 자금유출이 꾸준히 이어지는 가운데 설정액이 50억원 미만으로 떨어져 소규모 펀드로 전락한 상품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179개 중국펀드 가운데 소규모 펀드는 76개로 올해 5월 말보다 5개 더 늘었다. '현대차이나A주자 1[주식-재간접]종류A' '삼성차이나컨슈머자 1[주식]_A' 등이 최근의 하락장을 겪으면서 설정액이 50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수익률 면에서는 중국 본토 A주에 투자하는 펀드보다는 홍콩H주에 투자하는 펀드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최근 3개월간 중국본토펀드 평균 수익률은 -33.75%, 홍콩H주펀드는 -28.48%로 홍콩H주펀드 5%포인트가량 덜 떨어진 것. 같은 기간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36.2%,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가 35.5% 떨어져 두 증시의 하락폭은 비슷했지만 펀드 운용 결과에서는 차이가 나타난 것이다.
홍콩H주에 투자하는 펀드가 중국본토A주에 투자하는 펀드보다 양호한 성과를 낸 것은 두 펀드의 상품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본토펀드들은 상하이증시 외에도 중소형주 중심의 선전 증시에 상장된 종목에도 투자하지만 홍콩H주에 투자하는 펀드는 중소형주보다 대형 우량주를 주로 담는다. 최근 급락장에서 선전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중국본토펀드들의 수익률이 더 악화된 것이다. 또 홍콩H주펀드는 홍콩 달러로 투자하지만 중국본토펀드는 원화를 달러로 바꾼 후 다시 위안화로 환전해 투자하기 때문에 지난달 중국 정부가 단행한 위안화 절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올 초 선전증시가 크게 오르면서 중국본토펀드에 높은 수익을 가져다줬지만 최근 하락장에서 더 많이 떨어지면서 수익률에 차이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중국본토 주식에만 투자하는 펀드보다 홍콩H주에도 동시에 투자하는 펀드가 유망하다고 조언했다. 상하이증시의 변동성 우려는 가시지 않은 반면 홍콩H주는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대영 KB자산운용 글로벌전략운용본부 부장은 "홍콩H주는 이제 합리적인 주가 수준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지만 상하이와 선전증시는 여전히 가격이 높다"며 "홍콩과 본토 대형주 위주의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적절한 선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