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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전방위적인 공기업 개혁이 진행되는 가운데 주요 공기업이 외화채권 발행을 축소하는 형식으로 해외 빚을 줄이는 작업에 착수했다. 수출입은행이 1월 만기 도래한 20억달러의 외화채권을 15억달러로 줄여 발행한 것인데 정부가 올해 경제운용계획에서 밝힌 대로 공공기관 외채상환이 시작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수출입은행은 8일 아시아의 투자적격등급 기관 중 올해 처음으로 15억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 발행에 성공했다. 수은이 발행한 채권은 3년 만기 7억5,000만달러와 10년 만기 7억5,000만달러다.
주목할 것은 수은이 외채를 축소 발행했다는 점이다.
김용환(사진) 행장은 "만기가 돌아온 20억달러 중 이번에 차환 발행한 15억달러 채권을 제외한 5억달러는 여유자금을 활용해 상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외환수급 안정을 위해 외채상환 방침을 정한 데 발맞춰 돌아오는 채권 중 일부의 상환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올해 주요 경제정책 방향으로 외채상환을 꼽았다. 외환보유액이 6개월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달러가 넘치며 원화가 절상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환율관리를 위해서도 외화부채 상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은은 외화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김치본드도 1월에 발행할 예정이다. 김 행장은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조만간 김치본드를 발행할 것"이라면서 "외화유동성 흡수 차원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치본드는 국내에서 발행하는 외화표시채권이다.
수은에 이어 산업은행도 만기가 돌아오는 외화채를 축소 발행해 일부 상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아직 어느 정도 규모의 차환발행에 나설지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기존에 가진 유동성이 있기 때문에 꼭 만기가 돌아온 채권 규모만큼 차환 발행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