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갈등으로 얼룩진 분단 아픔 그려

■너울
강승원 지음, 지식산업사 펴냄


"거듭 말씀드리지만 나는 삼팔선 북쪽의 동포들을 같은 겨레라고 말했을 뿐 공산주의자 모두를 동족이라고 말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주인공 김우주가 이렇게 말했지만 검찰관은 "북한 공산주의자들을 동족이라고 말한 것은 불학무식한 소치였고 한때의 착각이었습니다"라고 용서를 빌어야 된다고 거푸 강조했다. 결국 김우주는 감옥으로 다시 보내졌다.

'남한강'의 작가 강승원이 한국 현대사의 소용돌이에서 피로 얼룩진 한 젊은이의 인생유전을 그린 신작 장편소설 '너울'을 출간했다. 저자는 '월간문학' 신인작품상으로 등단해 등단한 뒤 중편소설집 '멸구와 혹파리', 장편소설 '유지들의 합창', '남한강' 등을 발표한 중견작가이다.

'너울'은 1950년대 후반 충청북도의 한 농촌마을에 살던 김우주라는 평범한 청년에게 현역병 입영 영장이 도착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김우주는 "한반도는 미국과 소련이 분단시켰으며 6·25전란은 그들을 대리한 전쟁이었다. 나는 강대국들의 노예가 되어 동족에게 총부리를 겨눌 수 없다"고 입영을 거부했고, 감옥에 수감됐던 그는 군당국에 의해 강제 징집된다. 그가 배치된 전방 부대는 군대 편제에도 없는 벌목장이었고, 3년간 벌목장의 노동자로 지내다 만기제대하게 된다. 고향에 돌아왔으나 늙은 어머니는 "아들의 빨갱이 행적을 내놓으라"고 다그치는 공안 기관원들에게 시달리다 자살로 세상을 떠난 뒤였다. 결국 고향에 안착 못하고 도시로 나오지만 보안법 전과 때문에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었다.

이념의 노예가 된 군상들 속에서 민족적 고뇌가 촘촘히 읽힌다. 제목 '너울'은 현대사의 거대한 파도를 가리키지만, 겉모습을 가리는 얇은 덮개라는 뜻도 가진 단어다.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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