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들은 요즘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층 채용을 확대하라는 정부의 압력 때문에 고민이다. 한편으로는 '제4차 공기업 선진화 계획'에 따라 총인력 대비 10~30%의 인력을 감축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신규인력을 채용하라는 정부 요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줄이라고 할 때는 언제고 이제는 채용하라"고 하느냐며 볼멘소리도 나온다. 군살을 빼 효율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신규 인력을 채용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정부는 툭하면 정책목적 달성을 위해 공기업을 동원하고 있지만 공기업들로서는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비롯한 많은 공기업이 대규모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 엄격하게 정원 규제를 받고 있는 공기업으로서는 정부 요구대로 신규 채용을 늘리려면 명예퇴직 등을 통한 인력감축이 선행돼야 하는데 내부저항이 만만치 않다. 이런 점에서 공기업의 채용을 늘리려면 정원을 확대 조정해 주거나 선진화를 위한 구조조정계획에서 인력운용 부문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탄력적인 운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반적으로 고용사정이 개선되는 가운데서도 청년실업 문제는 되레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공기업을 동원해서라도 청년실업 문제를 풀어보려는 정부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된다. 대기업 등 민간 부문에 신입사원 채용 확대 등을 요청하거나 권유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와 공기업이 앞장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기업에 대한 신규채용 확대 요구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지는 조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신규인력 채용에 따른 제약요인들을 풀어줘야 한다. 한쪽에서는 선진화를 위해 구조조정 압박을 가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신규채용을 늘리라고 하는 상반된 요구를 해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현안이 되고 있는 공기업의 대규모 부채문제도 대부분 정부가 정책사업을 떠넘긴 데서 비롯된 것이다. 앞으로 청년고용실적을 기관장 평가 점수에 반영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공기업들이 적정 인원을 무시하고 너도나도 신입사원을 채용할 경우 몇 년 후 다시 인력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청년실업 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공기업 전반의 효율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신규채용이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