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더블 딥' 가능성도… 中 자산거품 확산 우려

■ 각국 '재정적자' 경기회복 발목 부메랑 되나
美, 재정적자 통제불능 수준
달러화 가치하락 불러 골머리
中증시·부동산으로 돈 유입
버블 붕괴땐 경착륙 우려 고개

미국과 중국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빼든 대규모 유동성 공급이 통제 불능의 재정적자 부담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마치 긴급수술을 위해 내린 ‘과잉처방’이 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것이라는 경고처럼 와닿는 양상이다. 천문학적 공적자금을 투자한 미국은 이미 사상 최악의 재정적자 수렁에 빠져 ‘더블 딥(이중 경기침체)’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으며 중국 역시 시중에 풀린 자금의 상당액이 증시와 부동산 등 ‘샛길’로 빠져 경제 전반에 다시 한번 자산거품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미, 사상 최악 재정적자 ‘수렁’=미국의 재정적자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르다. 게다가 적자가 장기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올해(1조6,000억달러)와 내년(1조5,000억달러)에만 3조달러가 넘는 재정적자를 기록해 조지 W 부시 행정부 8년간의 재정적자 2조달러를 휠씬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비록 재정적자 규모는 2009년을 피크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만 오는 2019년까지 해마다 7,000억~9,000억달러씩 엄청난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OMB의 진단이다. 재정적자 확대는 달러가치 하락을 촉발시킬 것이라는 점에서도 골칫거리다.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둘러싼 논란은 차치하고 재정적자발(發) 달러가치 하락은 수입물가와 시중금리를 끌어올려 인플레이션발 ‘더블 딥’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지난 24일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세금을 인상하거나 지출을 줄이고 과도한 유동성을 흡수한다면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이 결합된 ‘스태그디플레이션’에 빠지게 되는 반면 재정적자를 존속시킨다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커지고 대출금리가 올라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중 ‘거품붕괴→경제 경착륙’ 우려=중국에서는 자산 버블 붕괴에 따른 경제 경착륙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 들어 은행 대출 등으로 시중에 풀린 1조1,000억달러의 자금 가운데 상당액이 실물로 흘러들지 않고 부동산 등의 투기자금으로 전용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36개 주요 도시의 신규 주택 평균가격은 올 들어만 6.3%나 올랐다. 자산 버블 속에서도 경기침체는 진행돼 도시 노동자의 실업률은 시시각각 상승하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가 “글로벌 경기하락도 문제지만 기업투자의 재고부담 문제도 주시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중국 당국은 한마디로 경기부양과 자산 버블 차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장젠궈 중국 건설은행장이 7일 하반기 신규대출을 70% 줄일 것이라고 발표하자 상하이 증시가 급락하는 등 요동을 쳤다. 당국은 급격한 증시 붕괴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현재의 확장적 재정ㆍ통화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실제 7월 은행 대출은 전월의 4분의1도 안 되는 3,000억위안대로 급격히 축소되는 등 긴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자산 거품 붕괴에 이은 경제대란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베이징의 한 경제 전문가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이 계속 곤두박질치는 마당에 섣불리 긴축 기조로 돌아설 경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경제가 다시 흔들릴 수 있어 중국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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