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PL 관련 사고 ‘무방비’

지난해 A씨는 새로 문을 연 사무실에 B사의 전기냉온수기를 구입해 설치했다. 그런데 설치한 다음 날 갑자기 화재가 발생, 내부시설과 집계일체가 불에 타 수백만원에 달하는 손해가 발생했다. 냉온수기가 위치한 곳이 발화 지점으로 추정됐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 전기 냉온수기의 내부 히터부에 설치된 배선 연결부의 불량으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사무실 콘테이너와 집기류 등을 포함, 총 681만 7,000원을 물어주라는 판결이 났는데 다행시 B사는 PL보험에 가입돼 있어 보험사를 통해 이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었다. 제조물책임(PL)법이 지난 2002년 7월부터 전격 시행된 후 PL관련 사고가 급격히 늘고 있지만 대다수 업체들이 PL법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상태다. 특히 PL법 전격 시행과 함께 소비자들이 기존 제품을 교환하는 정도의 소극적인 권리 주장에서 더 나아가 정신적 피해 보상까지 요구하고 있으나 정작 당사자인 중소 제조업체들의 대응은 주먹구구식인 실정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최근까지 접수한 `PL관련 사고현황`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2년 동안 421건의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법 시행 이전인 지난 1999년부터 2001년까지 3년 동안 발생한 254건에 비해 약 166% 늘어난 것. 사고 유형별로는 PL법에서 명기하고 있는 결합 중에서도 ▲설계상 결함 ▲표시상 결함 ▲제조상 결함 순으로 나타났으며 업종별로는 가전제품이 38%로 수위를 차지했고 식음료품(9.7%), 스포츠용품(9.4%) 순이다. 그나마 PL사고가 발생할 경우 활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단인 PL보험에 가입한 업체는 전체의 5.6%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90%가 넘는 대다수 업체들이 PL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현실에서 사고 건수는 증가하고 요구 금액도 높아져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기협중앙회 관계자는 “기협이 실시하고 있는 `중소기업PL 단체보험`에 가입한 업체만해도 최근 2년 동안 4,000여개 정도로 늘어났지만 아직까지는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단체가입을 하면 개별가입보다 28% 정도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만큼 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중소기업의 인식 부족과 미흡한 대응 태도라고 할 수 있다. 기협중앙회 PL사업팀 윤지영 대리는 “PL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최고경영자의 인식 전환이 전제돼야 한다”며 “설계 단계에서부터 소비자에게 최상의 제품을 제공한다는 의식을 갖고 결함 최소화에 힘을 쏟는 한편 PL관련 분야에 회사 순이익의 10% 정도는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민정기자 jminj@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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