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법보다 큰 파장… 기업규모·업종 망라 무차별 타격 우려

■ 일감몰아주기 규제… 지분 범위 20%로 낮추면 사실상 모든 계열사 해당
■ 일감몰아주기 과세… 계열사에 부품 공급 의존 자동차산업 특성 등 반영해야
■ 유해화학물질관리법… 매출액 기준 과징금 과다 영세 업종도 피해 가능성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은 화학물질 유출시 매출액 대비 일반 기업은 5%, 단일 사업장을 보유한 기업은 2.5%를 과징금으로 내도록 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세부 기준 등을 담은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이 오는 9월에 입법예고될 예정이다.

하위법령에 과징금 기준에 대한 세부안 등 여러 내용이 담길 예정인데 문제는 기준이 완화되지 않으면 산업계에 일대 혼란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특히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 것 자체가 우선 과도하다는 게 재계의 가장 큰 우려다.

아울러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산업은 화학뿐 아니라 반도체ㆍ자동차ㆍLCD 등 다양하고 기업 규모도 대기업에서 중견ㆍ중소ㆍ영세기업 등을 망라하는데다 국내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4.8%대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업의 존폐를 가를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 다양한 산업적 특성이 시행령에 반영돼 과징금이 합리적으로 조정되지 않으면 '유출사고=기업도산'의 공식이 성립되는 셈이다.

이처럼 하위법령 여하에 따라 기업과 산업의 근본이 흔들리는 경우는 이뿐만이 아니다.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화학물질 관리 및 등록법, 은행ㆍ금융지주법 등 다양하다. A그룹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모법(母法)보다 더 파급력을 가진 것이 실제로 하위법령이고 전 업종, 전 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ㆍ중소 등 기업 규모를 가리지 않고 업종도 자동차 정비 등 생계 업종부터 대기업 업종에 이르기까지 예외 없이 하위법령 여하에 따라 타격을 받는다는 지적이다. 산업계가 우려를 표명하는 주요 하위법령과 내용 등에 대해 알아본다.

◇공정거래법(일감 몰아주기 규제): 규제 대상 계열사 범위와 예외규정 촉각.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계열사 범위가 시행령에 담길 예정이다. 재계는 계열사 범위에 대해 최소 30% 이상 지분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 집단 62곳의 계열사 1,236개 중 184개만 제재 대상이 된다. 하지만 정부 등에서는 20%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대기업의 모든 계열사가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하위법령에서 부당거래행위 세부 유형도 마련될 예정이다. 법에는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로만 돼 있기 때문이다. B그룹 관계자는 "시장 가격의 몇 % 등으로 명문화되지 않으면 공무원의 자의적인 판단이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외에 예외 업종 범위도 하위법령에 담기는데 재계는 보안이 요구되는 시스템통합(SI)ㆍ물류ㆍ건설 등은 포함시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C그룹 관계자는 "SI가 포함되지 않으면 기업의 비밀을 도대체 어느 기업에 맡기느냐"고 말했다.

◇증여세법(일감 몰아주기 과세): 업종별 특성 감안과 소급적용 핫 이슈.

현대자동차는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로부터 부품의 거의 대부분을 의존해오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수직계열화를 통한 양질의 부품 루트 확보 때문이다. 도요타ㆍGM 등 세계 자동차 업계가 똑같다. 증여세법 시행령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인데 이 같은 업종별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정상거래 비율을 대기업의 경우 일률적으로 30%로 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한마디로 산업별 특성을 반영한 비율로 조정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내부 간 거래도 증여세를 물어야 한다,

국내 법인과 해외 법인 간 특허ㆍ용역 제공시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도 조정이 되지 않으면 업계가 큰 타격을 입는다. 덧붙여 정부가 추진 중인 시행령에는 소급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한마디로 과거 거래도 소급해 증여세를 물어야 하는 등 하위법령 여하에 따라 타격이 만만치 않다. 전경련 관계자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화관법ㆍ화평법(유해 및 화학물질 규제): 과징금 기준 및 등록기준 완화 초점.

유해화학물질 관리법도 법에서 많은 사항들을 하위법령에 위임했다. 과징금의 세부 기준이 그 한 예다. 아울러 화학사고시 각종 영향 평가서 제출, 사고물질 관리 지역사회 고시 등의 세부기준도 마련돼야 한다. 어떻게 평가서를 제출하고 고지하느냐 등 방법에 따라 기업에는 또다른 부담이다.

화학물질 관리 및 등록법도 하위법령이 마련 중인데 문제는 업계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으면 자동차 정비소 등 영세업종부터 중소ㆍ중견기업이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는 점이다. 이 법은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모든 업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등록 및 평가가 전 세계 어느 법보다 강하고 연간 100㎏까지 등록을 면제해주던 조항도 삭제됐다. 덧붙여 화학물질 정보제공 의무화 등도 문제다.

하위법령에는 이에 대한 세부 규정안이 담길 예정인데 만약 정밀히 마련되지 않으면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중소ㆍ중견ㆍ영세기업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 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이미 많은 준비가 돼 있다"며 "문제는 중소ㆍ중견ㆍ영세기업이고 이들은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은행법ㆍ금융지주회사법(산업자본 금융회사 소유지분 제한): 시행시기가 키포인트

상반기에 통과된 법안 가운데 산업자본의 은행 보유 지분 한도를 4%로 제한하는 법안이 있다. 문제는 법은 통과됐는데 언제부터 시행하느냐는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는 하반기에 하위법령을 개정해 시행시기를 담을 예정이다.

전경련의 다른 관계자는 "시행시기는 시행령에서 다뤄질 예정"이라며 "재계가 이 법안에 대해 반대했지만 일단 통과된 만큼 차선책으로 시행시기는 최대한 유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당장 시행되면 지분매각 등 일대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