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를 거르는 사람들을 위한 무료급식소가 지역이기주의로 제때 문을 열지 못하고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대한적십자사 울산지사(지사장 김진수)는 지난 9월 자체회비와 운영비로 매주 월~금요일 결식자들에게 점심을 제공키로 하고 울산시 남구 신정5동 울산병원 인근에 있는 시유지 100여평을 무상으로 임대받은 후 10월초 20여평의 가건물 공사착공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적십자사의 이같은 계획은 10월 공사착공 직전 이 일대 주민들이 청와대와 울산시에 진정을 제기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무료급식소가 들어설 경우 노숙자들이 상시 출입하게 되고, 그러면 유괴나 절도 등 각종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표면적인 이유 외에 주민들은 노숙자들의 잦은 내왕으로 악취나 주변 환경훼손, 집값하락 등을 더 우려하고 있다.
주민들은 진정서 처리가 늦어지고 적십자사측이 급식소개소를 강행할 의사를 밝히며 공사착공에 들어가자 공사현장에 드러눕는 등 공사를 방해했으며, 접식자측이 계속 공사를 강행할 경우 실력행사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이에따라 적십자사는 당초 11월초 개소할 예정이던 무료급식소를 무기한 연기한 후 주민대표들과 협상을 가졌으며, 무료급식소에서는 음식만 조리하고 배식은 실직자들이 많이 모이는 번영교와 태화교 등에서 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당초 하루 150여명 배식을 기준으로 새해 5일부터 30여명의 봉사회원들이 동원될 예정이었으나 배식장소로 음식을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상당수 인원의 추가배정이 불가피해졌다. 이에따라 적십자사는 급식차질을 우려해 남구청에 공공근로사업 신청까지 해야했다.
적십자사관계자는 『주민들의 반발로 생산현장에 투입해야 할 공공근로봉사자를 무료급식소에 투입해야 하고, 차량유지비용도 추가로 들게 됐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더불어 함께 살자는 따뜻한 이웃애가 아쉽다』고 말했다.【울산=김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