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영화업계 1위 도전" 출사표

2012년까지 영화산업에 총 1,500억원 투자 계획
"3D 등 시장 수익성 커져 내년 16편이상 투자·배급"




영화업계 빅3의 '만년 3위'이던 롯데그룹이 기존의 소극적인 투자에서 벗어나 영화 업계 1위를 향한 출사표를 던진다. 영화 투자ㆍ배급업 및 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 시네마엔터테인먼트는 8일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부산 롯데호텔에서 2011년 1,000억원, 2012년 500억원의 영화 투자 계획을 발표한다. 내년도 투자 규모 1,000억원은 올해 롯데 투자액(250억원)의 4배 수준으로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증가 세다. 롯데는 2000년대 초 영화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업계 특유의 보수적인 성향으로 소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하지만 2008년 '과속스캔들'이 예상 외의 '대박'을 터뜨리며 8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아 롯데의 첫번째 흥행 영화로 이름을 올린 뒤 지난 해에는 '7급 공무원'이 400만 관객 동원으로 상반기 최고 흥행작에 오르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 여세를 몰아 지난 해 여름 롯데로서는 최초로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투입한 영화 '차우'의 메인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고 지난 6월 대작 영화가 전무했던 영화계에 150억원 가량이 투입된 영화 '포화 속으로'를 내놓았다. 올 한해 롯데가 투자ㆍ배급하는 한국영화는 14편에 이를 것으로 추산돼 지난 해(9편)보다 60% 가량 급증했다. 내년에는 16편 이상의 한국영화에 투자ㆍ배급할 예정이라고 롯데측은 밝혔다. '평양성'과 '서부전선 이상 없다' 등 1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제작비가 예상되는 대작들도 포함돼 있다. 2008년만 해도 업계 1위인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 배급한 한국영화 편수가 15편, 쇼박스가 10편이었으며 롯데는 9편으로 3위였으나 올들어서는 CJ 16편에 이어 롯데가 14편으로 2위로 뛰어올랐으며 쇼박스는 6편에 그쳤다. 롯데가 이처럼 투자 성향을 급격히 바꾼 것은 무엇보다 지난 해 새로 부임한 손광익 대표가 공격적인 투자로 방향을 선회한데다 3D 영화 시장이 커지면서 영화 시장의 수익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롯데는 영화 '나탈리'에 투자해 3D 영화가 화두가 된 이래 첫 번째로 만들어진 한국 3D영화를 배급하게 됐으며 주경중 감독의 영화 '현의 노래'도 3D 영화로 촬영할 계획이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그동안 영화계에서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롯데의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처음으로 부산영화제에서 자체 행사를 개최하게 됐다"며 "이번 투자 계획 발표를 계기로 업계 1위 도전 의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계에서는 그동안 롯데의 투자가 상업적으로 안전한 영화나 저예산 영화에 치중됐던 만큼 갑작스런 변화가 가능하겠냐는 지적도 있지만 영화 투자가 점점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의 대규모 투자는 환영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