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 저 해냈어요.’ 타이거 우즈가 24일새벽(한국시간) 브리티시오픈 우승을 확정지은뒤양팔을 벌려 환호하고 있다. /리버풀(영국)=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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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다문 입술과 매서운 눈매, 오직 우승만 생각한다는 듯 집중하던 타이거 우즈(31ㆍ나이키 골프)가 가냘픈 아내 엘렌의 어깨를 끌어 안고 오열했다. 얼굴을 온통 찌푸리고 매달리는 어린아이의 모습이었다. 그의 입에서 탄식이 흘렀다. ‘아, 아버지….’
24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영국 리버풀 인근 로열리버풀링크스코스(파72ㆍ7,258야드)에서 끝난 시즌 세번째 메이저 경기인 브리티시오픈(총상금 675만달러).
우즈는 최종라운드를 5언더파 67타로 마치며 합계 18언더파 270타를 기록, 크리스 디마르코(38ㆍ미국)를 2타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섰다. 지난 83년 톰 왓슨에 이어 23년만에 대회 2연패에 성공한 것. 2000년을 포함해 이 대회 통산 3승째이며 메이저 대회는 통산 11승째로 메이저 최다승(잭 니클로스ㆍ18승)에 한 발 다가섰다. 메이저 대회 최종일 역전 불허의 명성을 지켜냈고 지난 달 US오픈 컷 탈락의 수모도 깨끗이 씻어냈다. 133만8,480달러의 우승상금을 보태 올 시즌 상금랭킹 1위로도 올라섰다.
그러나 우즈에게 이 기록들은 큰 의미가 없었다.
“아버지가 없어도 나는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고 오늘 특히 더 그랬다”는 그. 우즈에게는 이제 아버지 그늘을 벗어났다는 것이 더 중요했다. 아버지 사망 후 거둔 첫 승인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를 떠나보낸 것이 견딜 수 없었던 모양이다. “아버지가 계시지 않은 것이 더 크게 느껴져 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 했다. 아버지가 크게 기뻐했을 플레이로 우승했기 때문에 그리움이 사무쳤는지도 모른다.
우즈는 이번 대회에서 침착했고 끝까지 집중했으며 냉정했다.
나흘동안 드라이버를 잡은 것이 단 한차례였던 점이 이를 웅변한다. 이번 대회 코스는 길지 않지만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위기를 부르는 특성이 있다. 이를 간파한 우즈는 지난 1월 창고 속에 넣어둔 2번 아이언을 다시 꺼냈고 나흘내내 파4홀에서 고집스럽게 이 클럽으로 티 샷을 했다. 300야드 이상 가는 드라이버를 포기하고 정확도를 선택한 덕분에 4라운드 내내 페어웨이 안착률 85.7%로 대회 평균 67.3%에 비해 월등히 높았고 그린 적중률(80.6%) 역시 대회 평균 66.6%를 크게 웃돌았다.
파5홀 4곳을 집중 공략한 것도 빛을 발했다. 우즈는 파5홀에서 나흘동안 보기 한 개 없이 버디10개와 이글2개를 낚아 모두 14타를 줄였다. 최종스코어 18언더파 중 77.8%가 파5홀에서 나온 셈. 최종일에는 첫 파5홀인 5번홀에서 이글을 기록한 뒤 역시 파5인 10번홀에서 버디를 낚아 상승세를 탔다. 이후 파4의 12번홀에서 보기를 했으나 14(파4), 15(파3), 16(파5)번홀까지 3연속 버디로 우승을 사실상 확정 지었다.
다른 선수들도 파5홀에서 나름대로 성적을 냈지만 우즈만큼 집중해 스코어를 줄이지는 못했다. 특히 파4홀에서 드라이버를 잡아 벙커나 러프에 볼이 빠뜨리면서 타수를 잃어 결국 역전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대표적인 예. 우즈에 1타차 공동2위로 최종일 동반라운드했던 가르시아는 내내 벙커를 전전하며 전반 9개홀에서만 4타를 잃는 부진끝에 1오버파를 쳐 합계 11언더파 공동5위까지 밀렸다. 어니 엘스도 파4의 8, 11번홀에서 보기를 하는 바람에 버디 3개를 하고도 1타밖에 줄이지 못해 13언더파로 3위에 그쳤다. 막판까지 기세가 무서웠던 ‘집게발 그립’의 크리스 디마르코는 파4의 첫홀에서 보기를 했고 우즈가 이글을 낚은 파5의 5번홀에서 파에 그치는 바람에 2타차 2위에 만족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