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에 향후 20년간 갚아야 할 돈이 급증하고 있다. 9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내놓은 '민간투자사업 현황 및 향후 비용부담 조사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9월 기준 BTL 실시로 정부가 향후 20년간 부담해야 할 재정규모가 41조55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09년(5월 기준)보다 44.6% 증가한 것으로 1년4개월 만에 정부가 갚아야 할 부채가 13조원이나 급증했다.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이란 민간이 돈을 투자해 학교ㆍ군막사 등 공공시설을 건설한 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소유권을 이전하고 국가에서 리스료 명목으로 20여년간 공사비와 일정 이익(국채수익률+α)을 나눠서 받는 사업 방식을 말한다. 정부로서는 나라에 필요한 시설물을 짓는데 당장 돈은 적게 들어가지만 장기적으로 갚아야 해 사실상 장기부채가 된다. 국가가 갚아야 할 BTL 부채 41조원은 국내총생산(GDP)의 4.0% 규모이며 지난해 국가 부채 392조8,000억원 대비 11.6%에 달한다. 문제는 BTL이 현재 정부재정통계상 국가부채에서 빠져 있다는 점이다. 당장은 재정부담이 적다는 이점이 되레 잠재적 부담을 키우는 독이 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BTL사업은 약 98%가 20년 계약으로 이뤄져 현재 빚을 미래로 돌리는 성격의 사업이다. BTL 시행에 따른 재정부담의 심각성을 기획재정부도 인식하고 있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BTL사업이 미래에 정부가 갚아야 할 빚이므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며 "BTL사업을 국가부채로 새롭게 포함하고 재정운영계획과 연계해 사업시행을 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국가재정 더는 달콤한 사탕…민자사업 계속 확대=BTL사업의 장점은 당장 큰 돈이 들지 않고 단기간에 사업을 완료할 수 있다는 점으로 정부에는 달콤한 사탕과 같다. 참여정부 시절 경기부양책으로 학교시설 신축이나 개ㆍ보수, 군 주거사업, 하수관 사업 등에 집중적으로 활용했다. 현 정부 들어서도 BTL사업이 확대되고 있는데 이는 폐지됐던 BTL 사업자에 대한 최소운영수입 보장제가 부활됐기 때문이다. BTL사업은 '혈세 먹는 하마'라는 지적에 따라 2009년 폐지됐지만 현정부에서 투입원가 회수와 부대사업 이익을 최대로 보장해주는 제도를 도입해 BTL사업 활성화를 꾀했다. BTL사업 활성화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회복 대책으로 추진됐다. 이에 따라 2007년 시행시 200여 개에 불과했던 사업이 지난해 310개 사업이 실시협약을 체결할 정도로 계속 확대되고 있다. ◇국가의 잠재적 부채 누적…장래 재정 압박=BTL사업이 국가재정통계의 국가부채로 포함돼 있지 않는 점도 BTL사업 확대를 조장하는 원인이다. 다시 얘기해 국가 재정건전성을 담보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국가재정통계와 관계없이 사업이 시행되면서 국가의 잠재적 부채를 키우는 셈이다. 즉 BTL사업 시행이 미래 국가가 갚아야 할 빚 규모를 늘리고 국가재정운영계획과의 연계성이 미흡해 중구난방식 사업 시행만 초래한 것이다. 특히 BTL사업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각각 부담하는 형식인데 지방정부 부담이 커 지방정부 재정악화에 상당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 2010년 현재 실시협약 체결된 BTL사업 가운데 국고에서 지급되는 금액은 총 18조8,329억원인 반면 지방비에서 부담하는 금액은 22조2,318억원에 달한다. 지방정부는 당장 재정사업이 아쉬워 BTL를 선호하지만 결국 지방정부의 재정부담은 중앙정부의 잠재적 부실이 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