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작은 CSI 과학수사대

개미 크기의 전자레인지로 범죄 현장의 핏방울 분석
범인의 유전적 특징 밝혀내

앞으로는 연구소에 가지 않고도 사건 현장에서 곧장 이 같은 정보를 알아낼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 조지 메이슨 대학과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가 세계에서 가장 작은 범죄연구소인 마이크로 전자레인지(micro-microwave)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 ‘CSI 과학수사대’는 미국의 과학수사 수준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드라마다. 타액이나 핏방울, 그리고 피부세포 등 작은 유전자 샘플로부터 성별이나 인종, 연령대까지 분석해 내는 기술은 미국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조차 탄복을 자아낸다. 이 드라마를 보면 채취된 유전자 샘플을 연구소로 가지고 가 일련의 분석과정을 거친 뒤 성별이나 인종을 알아낸다. 하지만 앞으로는 연구소에 가지 않고도 사건 현장에서 곧장 이 같은 정보를 알아낼 수 있을 전망이다. 미국 조지 메이슨 대학과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가 세계에서 가장 작은 범죄연구소인 마이크로 전자레인지(micro-microwave)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유전자 분석을 위해서는 극소량의 유전자 샘플을 증폭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여기에는 정밀하게 제어되는 고열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현재의 각종 유전자 분석 장비에는 전자레인지와 동일한 원리의 극초단파(Microwave) 발생 장치가 부착돼 있다. 조지 메이슨 대학과 NIST가 개발 중인 극초단파 발생 장치는 얇은 유리기판 위에 금으로 만든 세 가닥의 전선이 배열돼 있으며, 이 전선들은 사람 머리카락 절반 굵기의 홈을 따라 분리돼 있다. 이 홈에 분석을 위한 극소량의 유전자 샘플을 넣으면 전자레인지의 신호발생기에 연결된 가운데 부분의 전선이 극초단파 에너지를 발생시키고, 유전자 샘플은 이 에너지를 흡수해 정확한 온도까지 가열된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유전자 샘플을 증폭한 후 랩톱 컴퓨터에 연결하면 필요한 유전자 분석이 이루어지게 된다. 현재 조지 메이슨 대학과 NIST가 개발 중인 전자레인지는 높이가 7㎛(100만분의 1m)로 사람의 적혈구 지름과 비슷하다. 너비는 25~50㎛에 불과하고, 길이는 4mm로 개미 몸길이 정도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전자레인지라고 할 수 있는 이 장비를 이용하면 정밀한 가열을 통해 수 ㎕(100만분의 1ℓ)에 불과한 유전자 샘플만으로도 유전자 분석을 완료할 수 있다. 앞으로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지만 가장 확실한 용도는 휴대용 DNA 분석 키트다. 핏방울과 같은 범죄 현장에서의 증거를 이용해 범인의 유전적 특성을 현장에서 밝혀내는 것. 특히 주머니에 휴대할 수 있을 정도의 유전자 분석 시스템이 갖춰짐으로써 앞으로는 오염 가능성이나 변질 등의 우려 없이 즉석에서 유전자 분석이 가능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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