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한국산업 석유화학·정유] 국내외서 M&A '입질' 지각변동 온다

[2000한국산업 석유화학·정유] 국내외서 M&A '입질' 지각변동 온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세계 5위권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기업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철강이나 반도체와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관련기사 전문가들은 과거 정부주도로 추진되던 '1사 1품목주의'의 관행이 자유화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되는 파행을 겪고, 개별 업체들마다 특기를 살리는 투자나 사업에 나서기보다 당장 장사가 되는 부문에 몰리다 보니 중복투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나마 90년대 들어 석유화학산업이 본격적인 수출 중심으로 바뀌면서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에 얻은 재원은 재투자되기보다 다른 곳에 사용되는 과정을 낳기도 했다. ◇해외 업체, 국내에 관심=바스프, 로열더치 셀, IPIC 같은 세계적인 석유화학산업계 거물들이 줄지어 한국을 노크하고 있다. 해외 유수의 석유화학 대기업들은 대형 합병이나 사업교환을 통해 빠르게 업계 재편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비중은 쉬 넘기기 힘든 대상이다. 최대 성장 시장인 중국은 적어도 2010년까지는 공급부족 상황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도 국내 업체에 대한 세계기업들의 관심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대목이다. 물류비용에서도 국내 업체의 잇점이 많다. 석유화학산업에서 수직계열화에 따른 범위 및 규모의 경제는 결정적인 경쟁요인이다. 중국 인근 지역에서 국내 업체들만큼 기술을 가진 곳이 흔치 않다.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업체는 한국 바스프. 한국바스프는 현대석유화학의 스티렌모노머(SM) 사업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의 SM사업 장부가치는 약 2,000억원. 한국바스프는 독일 본사의 프로덕트 매니저의 지휘 아래 SM사업 인수를 추진중이다. 한국바스프는 국내에서 ABS 등의 생산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연간 30만톤의 SM이 필요한 실정이다. 현대는 현재 연간 40만톤의 SM을 생산하고 있어 바스프의 수요를 충족시키는데 문제가 없다.. 한국바스프는 현재 폴리우레탄이나 인조피혁에 들어가는 일부 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염소를 적기에 공급받기 위해 한화석유화학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지난 20일 바스프는 한화발행주식의 14.2%에 가까운 1,450만주를 주당 8,300원, 총 1,203억원에 인수했다. 싱가포르 국영 전력회사인 SP사는 삼성종합화학의 원료지원 시설인 유틸리티를 2억4,000만달러에 매입했다. 주로 발전기, 수처리 설비, 냉각탑등 대형 생산시설이 빠졌다. 삼성종화는 연말까지 국제금융공사(IFC)를 통해 미국과 유럽계 화학업체에 지분을 매각해 3,000억원을 얻을 계획이다. 독일의 바스프와 네덜란드가 합작한 법인인 바젤을 비롯해 사우디 아라비아의 IPIC, 벨기에 보리올리스 등은 현대석유화학의 지분을 인수하려고 접촉을 하고 있다. 대략 현대석유화학는 지분중 절반을 넘길 예정으로 그 규모는 최소 1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연내에 기본 계약이 체결돼 내년초에는 외자유치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국내업체들 자율적 통합 움직임=IMF체제 이후 정부가 주도로 추진한 인위적 빅딜이 무산된 이후 업체간에 자율적인 구조조정이나 전략적 제휴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다. 정부는 지난 98년 8월 재계 간담회를 마친 후 대규모 사업교환을 통한 구조조정 방안을 전국경제인연합회 주관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현대석유화학과 삼성종합화학은 양사를 통합하고 통합법인의 지분 50% 이상을 일본으로부터 외자유치하려 했으나 일본 미쓰이 측이 무리한 요구를 해오면서 양사 통합협상이 종료되는 비운을 겪었다. 이후 국내 업체들은 경직된 수순의 인위적 구조조정보다는 자율적인 통합으로 눈을 돌렸다. 공급과잉 구조를 해소하고 시장점유율을 늘리면서 출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핵심역량에 대한 집중이 절대적이다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화와 대림이 사업 맞교환을 통해 여천 나프타분해공장(NCC)을 설립한 것은 국내 업체들의 경영 마인드가 변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경쟁력을 키우고 생존할 수만 있다면 과거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적과의 동침 등 어떠한 선택도 가리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 정부들어 부채비율 축소와 소액주주 권리 강화 등 지배구조 개혁이 심화되면서 결국 각 석유화학업체들은 그룹 계열사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상태다. 업계 전문가들은 "모처럼 유화업체들이 자율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업체들의 노력 못지 않게 정부가 조세를 감면하거나 제도적인 조정을 통해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국내 화학업체들 가운데 비교적 규모가 크고 경쟁력이 있는 SK와 LG화학도 자율 통합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사업종류가 다양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상태다. 양사는 가능하다면 석유화학사업 부문을 따로 분리해 필요하다면 통합 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문제는 이들 회사가 통합할 경우 시장 점유율이 독과점 수준으로 급격히 올려간다는 데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정거래법 등 현 제도로서는 걸림돌이 많다"면서 "산업 전반의 경쟁력 제고라는 점을 고려해 전향적인 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정위가 23일 LG화학이 현대석유화학으로부터 PVC사업부문을 1,053억원에 인수하도록 허용하는 등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국내 석유화학업체간의 자율적인 사업통합을 유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LG는 이번 인수로 PVC 분야에서 절대강자의 위상을 확보하게 됐다. 최인철기자 입력시간 2000/11/27 18:36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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