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보사 반기순익 급증감원등 강도높은 구조조정도 '한몫'
생보업계의 경영이 최근 급속히 개선돼 앞으로 3년 이내 누적손실 해소를 자신하고 있는 것은 구조조정과 종신보험 판매 급증, 이에 따른 사상 최대의 흑자행진 때문이다.
여기에 수년간 생보사들의 발목을 잡아온 이차손(고객에게 지급을 약속한 예정이율보다 자산운용수익률이 낮아 발생하는 손실)이 점차 줄어들고 일부 생보사는 이차익으로 돌아선 것도 경영호전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융감독원이 20일 발표한 생보업계의 2002회계연도(2002.4~9) 상반기 결산 결과 국내 생보사들은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2조6,216억원의 당기순이익(계약자 배당 전)을 올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3.4%나 증가했다.
그러나 경험생명표 교체와 해약 환급금 인상 등으로 인해 내년에는 생보사의 사차익(보험금 지급 예상액보다 실제 지급된 보험금이 낮아 발생하는 수익)과 비차익(사업비를 줄여 남는 수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변수로 남아 있다.
▶ 종신보험이 '1등 공신'
생보사 경영이 빠른 속도로 호전되는 데 '1등 공신'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종신보험이다. 최근 2년간 사력을 다해 팔아온 종신보험에서 막대한 이익을 내 당기순이익이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신보험은 다른 상품에 비해 보험료에 포함된 예정사업비가 많기 때문에 생보사들의 비차익(사업비용 예상액에 비해 실제 사업비가 적어 발생하는 수익)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또 종신보험 특성상 보험금 지급 사유인 사망사고는 아직 많지 않기 때문에 사차익 역시 급증한 것이다.
2001회계연도 결산에서 생보사들은 2조6,500억원의 계약자 배당 전 순이익을 냈다. 이중 2조1,700억원이 비차익이었으며 사차익이 1조3,800억원이었다. 이밖에 6,600억원의 이차손을 기록했다.
또 최근 3~4년간 생보사들이 지속적으로 인력을 감축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벌인 것도 경영개선에 적지않은 기여를 했다.
▶ 내년에는 이익 감소할 듯
생보사들의 당기순이익 기록 경신은 계속되고 있다. 올 들어 6개월 동안 삼성생명은 1조2,891억원을 벌었고 대한ㆍ교보생명이 각각 6,132억원, 2,972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추세라면 내년 3월 결산에서 생보사들은 계약자 배당을 하더라도 3조원 안팎의 당기순이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생보업계는 최근의 순이익 증가추세가 내년에는 한풀 꺾일 것으로 보고 있다.
경험생명표 교체로 종신보험 등 주력상품의 보험료가 15% 안팎 떨어져 사차익 감소가 예상되는데다 해약 환급금 인상으로 비차익 역시 줄 수밖에 없기 때문.
김건민 금융감독원 상품계리실장은 "어느 정도 수익이 줄어들지 추산하기 힘들지만 내년도 생보업계의 수익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내년 하반기부터 종신보험의 보험금 지급에 대비한 적립금을 많이 쌓아야 하기 때문에 이 역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익규모가 다소 줄더라도 생보업계의 흑자행진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수익기반이 안정돼 사차와 비차 부문에서 꾸준히 이익을 낼 수 있는데다 대부분의 생보사들이 내년 이차 부문에서 흑자전환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견 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구조조정 효과가 이제 나타나고 있는데다 종신보험 판매도 여전히 증가추세여서 앞으로 목표한 수익을 올리는 데 지장이 없어 보인다"며 "따라서 3년 이내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는 계획 역시 무난히 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