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車업계 "원자재 쌀 때 사두자"

상품값 급락따라 헤지거래 수요 몰려

원자재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들이 최근 상품가격이 급락하자 보다 싼 값에 원자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항공 및 자동차 업계 등을 중심으로 낮은 가격에 원자재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고 27일 보도했다. 항공업계는 원유, 자동차업계는 알루미늄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FT는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인용, "현재 가격에 원자재를 확보하기 위한 헤지(hedge)거래에 엄청난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기업들의 헤지거래 규모는 지난해 말 이후 최고 수준에 달했다"고 전했다. 원자재 시장 관계자들은 "기업들이 올 하반기에 시장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 아래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제프리 CRB지수(19개 상품가격 반영)가 이번 주 9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글로벌 원자재 시장은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의 긴축전환 우려 등으로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업체들은 올 들어 원자재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고정가격에 의한 거래를 기피해 왔다. 기업들이 자금 부담 때문에 높은 가격을 감당하기 어려운 탓에 가격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린 것이다. FT는 "고정가격이 적용되는 헤지거래가 활기를 띄고 있다는 것은 최근의 원자재 가격 하락세가 조만간 바닥을 칠 것이라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RBC캐피털마켓의 알렉스 히스 금속부문 대표는 "산업계에서는 이제 (가격상승을 예상해) 선물을 매입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원자재 시장의 반등 조짐은 상품투자시장에서도 감지된다. FT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상당수 투자자들이 내년 5월까지 배럴당 100달러에 총 1,000만배럴 규모의 원유를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매수 권리)을 2,600만달러에 사들였다고 전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내년 5월내에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는 뜻이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1월물의 경우 지난 4월 연고점인 배럴당 86달러까지 오른 뒤 급격히 하락, 26일(현지시간) 71.51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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