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대변인실은 24일 아침 예정에 없던 긴급 언론 브리핑을 공지했다. 문승국 행정2부시장이 오전11시 출입 기자들을 상대로 '향후 서울시 주택공급 방향'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하겠다고 알려온 것이다.
이날 오전 문 부시장은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 참석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그런 탓에 기자들은 뭔가 특별한 발표 내용이 담겨 있는 게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변인실과 주택본부를 상대로 취재에 나서 어수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특히 대변인실과 담당부서는 문 부시장이 브리핑룸에 들어설 때까지 준비된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문 부시장은 8쪽 분량의 '서울 주택시장 동향 및 향후 주택공급 방향'이라는 자료를 배포한 뒤 "경기가 침체해 있고 수익률이 낮아 시장이 속도조절을 스스로 하는 상황이어서 정책으로 강제해 속도를 조절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뒤 지난 16일 처음 열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개포지구 아파트 등 재건축안 4건이 무더기로 보류된 것도 속도조절 때문이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문 부시장이 발표한 내용과 질의응답을 살펴보면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을 뿐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게 없었다.
눈치 빠른 몇몇 기자들은 최근 재건축ㆍ재개발에 대한 박원순 시장의 '속도조절'에 대해 부시장이 대신 나서 군색한 변명을 늘어놓을 게 뻔하다고 시작 전부터 예언했다. 그대로 적중한 것이다. 시민들은 물론이고 전문가들조차 박 시장이 재건축ㆍ재개발에 대해 속도조절에 나섰다고 평가하고 있는 데도 서울시 혼자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는 셈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한 정보업체는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4주 만에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시가총액이 7,450억원 증발했다고 발표했다. 문 부시장은 부동산 경기가 위축된 것을 글로벌 금융 위기 탓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이 위축되는 데 '박원순 효과'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그런데도 행정 부시장이 근본적인 대책 없이 알맹이 빠진 브리핑을 연 것은 씁쓸한 노릇이다.'쇼맨십 행정'에 신경 쓸 게 아니라 보다 실효성 있는 재건축ㆍ재개발 정책으로 시민 앞에 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