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신임 홍보수석으로 임명된 이정현 수석은 휴대폰을 3개나 가지고 다닌다. 2개는 기자나 국회의원 등 외부 사람들과의 통화를 위한 것이고 녹색 케이스의 나머지 1개는 박근혜 대통령과 허태열 비서실장, 청와대 참모에게서 걸려오는 급한 전화를 받기 위한 용도다. 홍보수석으로 임명되기 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활동하면서 하루에 수백 통의 전화를 받다 보니 수시로 배터리를 교체했다. 이 수석의 ‘소통능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수석은 요즘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와 당선인 시절 발언한 내용을 꼼꼼하게 정리하면서 외우고 있다. 홍보수석이 해야 할 일이지만 청와대 참모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청와대 직원과 외부사람에게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과 국정과제를 설명할 때 진의를 왜곡하지 않고 전달하기 위해서다. ‘박근혜의 복심(腹心)’이라는 세간의 평가가 그냥 붙여진 것이 아니다.
이 수석은 마당발이다. 전남 곡성 출신으로 새누리당에서 여야를 초월하는 의정활동을 했고 지난 2월 청와대에 입성해 언론이나 야당과 원만한 유대관계를 형성하면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도움을 줬다.
박 대통령이 윤창중 성추행 의혹 사건으로 낙마한 이남기 전 홍보수석에 이어 ‘구원투수’로 이 수석을 투입한 것은 소통능력, 복심, 정무 감각 등 3박자를 갖춘 적임자로 평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정부는 4일로 출범 100일을 맞는데 가장 취약한 성적표를 받는 부문이 소통과 인사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국민ㆍ야당ㆍ언론과 소통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인물로 이 수석만한 분이 없다”면서 “박 대통령이 이 수석을 수평 이동시킨 것은 바로 이 같은 의도에서 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은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대표 시절이던 2004년 이후 당 부대변인으로 활동할 때 여당에 대한 공격을 주도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시절에는 캠프 공보단에서 활동하면서 박 대통령의 정책을 언론과 국민에 알리는 메신저 역할을 했다.
박 대통령이 2007년 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뒤 당시 이명박 후보 측으로부터 선거대책위원회 고위직을, 김문수 경기지사 측으로부터 경기도 정무부지사직을 제의 받았지만 ‘불사이군(不事二君)’을 강조하며 정중하게 고사했다.
이 수석의 이동으로 공석이 된 정무수석과 윤창중 전 대변인의 낙마로 비어 있는 남성 몫 대변인의 경우 아직 정해진 것은 없는 상태다. 하지만 국정과제를 입법화하는 과정에서 여당과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데다 6월 말 중국 방문을 앞두고 대변인 보강도 시급한 만큼 조만간 인선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