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98년 외환위기 상황에서 도입된 사외이사제도의 질적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된 지난 5년간은 초창기로서 사외이사추천위원회 설치, 사외이사의 수와 선임비율 등 외형적인 틀을 갖추는 것에 치중돼 왔다. 2000년에는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상장회사 이사회에 사외이사추천위원회의 설치를 의무화 했고, 2001년에는 코스닥 등록회사에도 적용되도록 하는 등 내용을 강화해 왔다.
사외이사제의 도입으로 이사회의 기능이 활성화하고, 회계정보의 투명성이 제고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지만, 최근 SK그룹의 경영비리나 숱한 벤처기업의 비리사건에서 보듯이 경영의 투명성 확보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상당수 기업들은 여전히 사외이사제를 경영권에 대한 간섭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 결과 계열사의 임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등 제도의 도입취지는 물론 제도의 개념조차 무색하게 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사외이사제도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사외이사의 독립성 확보다. 사외이사의 자질이나 전문성은 일정 수준의 자격요건을 검증하고 미흡한 부분은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보완이 가능하지만 사외이사의 독립성은 선임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전제돼야 확보가 가능해진다.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사외이사 선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최대주주 또는 지배주주(76%)로 나타났고, 사외이사 추천 시 기업의 주요고려 사항 중 `독립성`은 18%에 불과했다. 대주주의 맘에 드는 사람으로서 독립성과 무관하다고 여겨지는 인사들이 사외이사로 선임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현행 제도 아래에서 이사회 안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 운용하고 있는 상장사는 20%에 불과한데다, 이사회가 대부분 대주주의 영향력 아래에 있어 투명하고 독립적인 후보추천을 기대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물며 후보추천위원회가 없는 기업들은 대부분 대주주가 맘대로 사외이사를 선임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외이사와 대주주의 우호적인 관계는 탓할 바가 아니나 주주 일반의 이익보다 대주주의 이익보호에 충실한 사외이사제도는 있으나마나 한 것이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사외이사 선임 절차를 투명하게 하는 길 밖에 없다. 추천위원회가 있는 기업들은 추천이유ㆍ절차ㆍ방법 등을 주총의 보고사항으로 해 투명하게 하고, 추천위가 없는 기업들은 공신력과 전문성을 갖춘 민간단체가 구축한 사외이사 인력풀을 통해 후보추천을 받도록 의무화 할 필요가 있다.
<한동수기자 best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