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이산가족] "살아서 다시 만나자” 기약없는 약속
화가 김한·시인 김철씨형제
"부디 건강해라. 살아서 다시 만나자"
1일 평양 고려호텔 1704호에서 서양화가 김한(73)씨는 북에서 유명한 시인이 된 동생 김철(67)씨와의 이별이 가까워지자 동생의 손을 덥석 잡고 기약없는 약속을 하며 착찹해 했다.
이들은 6년전 재미교포의 도움으로 서로 생사를 확인한 후 동생 김철씨의 시에 김한씨가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문예지상에서 '첫 상봉'한 경험이 있어 만남 자체로도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50년만에 두 손을 잡은 '남(南) 화가와 북(北) 시인' 형제는 30일 평양 고려호텔 2층의 단체상봉에 이어 이날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서로 살아온 얘기를 나눴다.
김한씨는 남측의 가족 사진을 꺼내 동생에게 일일이 설명하는 동안에도 잡은 손을 내내 놓지 않았다.형 김한씨는 이날 시인이 된 동생을 위해 준비한 질 좋은 종이와 수첩, 필기구 등을 선물로 전달했다. "좋은 시를 많이 쓰라는 의미에서 준비했다"고 형은 설명했고 동생은 받아든 선물을 가슴에 끌어안고는 "감사하다"는 말을 연발했다.
김철씨도 미리 준비한 그림 7점과 도자기 3점을 선물로 형에게 전달했다.
이날 형 김한씨가 제일 미안했던 것은 조카들을 깜박하고 동생 내외의 내의와 점퍼, 운동화, 스웨터 등만 준비한 것. 형 김한씨는 "조카들이 나올 줄은 미처 몰라 선물을 준비 못한 게 제일 마음에 남는다"며 눈물을 닦았다.
형 김한씨는 함경북도 성진에 살다가 월남해 홍익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8차례 개인전을 열었으며 지난 95년에는 '이중섭 미술상'을 받는 등 활발한 작품활동을 벌였다.
동생인 김철씨도 그의 아들 석씨가 자랑했듯 92년 4월 '어머니'라는 시로 시인으로서는 최고영예인 '김일성상'을 받았으며 일부 북 주민들은 이 시를 암송할 정도라고 알려졌다.
입력시간 2000/12/0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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