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합집산 논란에 공무원 술렁

정치권 부처 개편으로 公心 잡기 나섰지만…
정통부 부활·중기부 신설 등
사안 놓고 부처간의견 엇갈려
"밥그릇 싸움으로 볼것" 지적도


지식경제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정보통신부 부활에 대한 의견이 어떠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난처해진다. 야당이 4∙11 총선 공약으로 정통부와 해양수산부 부활 문제를 들고나왔기 때문이다.

그는 공식적으로는 "부처야 어찌됐든 일하는 사람이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답하지만 내심 정통부 부활에는 반대다. 정통부의 한계가 뚜렷하다고 생각해서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정부 부처 개편안을 들고 나오면서 관가가 술렁이고 있다. 최근에는 중소기업부 신설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오면서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19일 "정권 말과 선거가 겹치면서 부처 개편안 등이 쏟아지고 있다"며 "정부 내에서도 서로 입장이 다른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치권의 공약은 공무원 마음과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표를 얻기 위한 행위라는 게 정설이다. 개편안에 반대하는 경우에도 이를 지렛대 삼아 '딜'을 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복안이다.

현재 논의의 핵심은 정통부와 해양부. 정통부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지식경제부(산업진흥),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융합), 문화체육관광부(콘텐츠), 행정안전부(정보화) 등으로 쪼개졌다.

이후 정보기술(IT) 홀대론, 아이폰 쇼크 등이 이어지면서 IT 전담부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계철 방통위원장은 지난 9일 취임식 후 정통부 부활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방통위는 옛 방송위원회와 정통부의 통신 쪽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만큼 현 방통위 직원들과 IT 업체들은 정통부 부활을 반긴다. 정치권도 이 같은 점을 의식하고 있다.

그러나 지경부∙문화부∙정통부 등의 부활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교육∙의료 등 각종 산업이 IT와 융합하는 추세에서 산업 진흥을 위해서는 현재의 담당 부처에서 일을 계속 맡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지경부는 중소기업부 신설에도 부정적이다. 윤상직 지경부 차관은 13일 기자들과 만나 "산업 정책과의 연계성을 고려하면 중소기업 담당 부처를 신설하는 것보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처럼 지경부 본부 형태로 들어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부도 해양부 신설에 반대하고 있다. 농수산식품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수산 쪽에서 지금 체제에서는 홀대를 받는다며 해양부 신설을 요구하는데 해양부가 만들어져 봐야 우선 정책은 해양에 쏠릴 것"이라며 부처 독립 요구를 비판했다.

공무원들이 정치권 등의 부처 짝짓기 논의에 민감한 것은 '자리'가 걸려 있기 때문. 부처 이합집산에 따라 1급 등 고위직 자리 숫자가 바뀐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원 연구원은 "국민들 입장에서는 밥그릇 싸움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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