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기업의 진출 또는 시장 공략강화 우려로 인해 주가가 급락하는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이미 확고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어 문제되지 않는다고 강조하고있지만 증권시장에서는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의 반응이다.
◆풀무원 '두부 전쟁' =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풀무원[017810]은 오랜기간 두부를 비롯한 생식품분야에서 최강자로 군림해 왔으나 두부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하면서 주가가 맥을 못추고 있다.
지난해 두부 시장에 진출한 두산[000150]이 지난 2월부터 본격적 유통망 확대에들어간데 이어 국내 최대 식품업체 CJ[001040]까지 '프리미엄 두부'를 내놓으며 풀무원에 '선전포고'를 했다.
이 때문에 지난 2월 중순까지만 해도 5만2천원선을 유지하던 풀무원의 주가는장기간 미끄러지면서 지난 3일에는 3만1천500원까지 무려 40%나 하락했다.
외국인들도 대표적 식품주였던 풀무원에서 발을 빼고 있다.
연초 31%대였던 외국인 보유 지분은 부진했던 지난해 4.4분기 실적과 경쟁 심화우려가 맞물려 현재 23%대로 줄어들었다.
주요 식품주들이 '내수회복 기대주', '원화강세 수혜주' 등으로 꼽히며 국내외투자자들의 매수관심 대상에 오르는 동안 풀무원은 커진 불확실성 탓에 투자자들의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교보증권 박종렬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독점적 시장지배력은 영원히지속되기 쉽지 않으며 대기업의 진입은 매우 치명적"이라며 "주가가 많이 하락했지만 투자의견 상향 조정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정보업체 Fn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월 중순 이후 나온 국내 증권사들의 11개 기업분석보고서들은 풀무원에 대해 모두 '중립' 내지 '시장수익률'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엠텍비젼 '삼성전자 쇼크' = 비메모리반도체 전문기업 엠텍비젼[074000]의 주가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의 시장 참여 가능성 우려에 급락한 케이스.
지난 3월말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개인휴대통신(PDA) 기반의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에 가까운 제품을 개발,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엠텍비젼 주가는 지난 3일까지 28.75% 추락, 같은 기간 지수하락률보다 21.78%포인트나 더 빠졌다.
엠텍비젼은 카메라폰의 이미지 센서로부터 영상을 잡아 저장.압축.전송하는 카메라컨트롤프로세서(CCP) 전문기업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비중이 85%(1.4분기기준)에 달한다.
이에 대해 엠텍비젼은 대기업과 벤처업계간의 협업 모델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진 일종의 '해프닝'이라고 해명하고 멀티미디어칩 강화와 '머신 비젼 플랫폼(MVP)' 등 신사업 영역개척을 통해 성장해 나가겠다며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도 시스템LSI사업부가 진입하더라도 파급 효과가 미미하고 삼성전자 내부 사업부라 하더라도 결국 또 하나의 경쟁자로서 의미를 가질 뿐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장기적인 성장에 '빨간 불'이 켜졌다고 투자자들이 인식하고있다는 점이 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화증권 김지산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실제 진출해 어느 정도 위협이 될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지만 시장 위험이 현실화됐다는 것 자체가 투자심리 안정을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다.
◆레인콤 `애플 공세'에 흔들 = MP3 플레이어를 만드는 레인콤은 지난 2003년말 증시에 등장한 뒤 단시간내 우리나라 대표 벤처기업으로 우뚝 섰으나 최근 글로벌 기업 애플의 공세에 흔들리고 있다.
레인콤은 고가의 MP3플레이어 `아이리버'를 앞세워 세계 시장을 공략, 벤처 신화를 다시 쓴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그러나 애플사가 가격을 떨어뜨리며 공격을 해오자 올들어 수익성이 크게 하락했고 주가도 급격히 무너졌다.
애플사는 플래시타입 MP3 플레이어 `아이팟 셔플'을 출시하며 기능을 간소화하는 대신 같은 용량 제품 대비 50% 수준의 파격적인 가격을 책정했다.
이에 맞서 레인콤도 주력제품 6종 17개 모델에 대해 가격을 25.6%까지 낮췄다.
그 결과 올 1.4분기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82.8%나 추락한 29억1천500만원을 기록했고 순이익은 13억3천300만원 손실을 냈다.
게다가 삼성전자가 뒤처져있는 상황을 만회해 보고자 적극적으로 나서면 여파가만만치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면서 투자 심리는 더욱 불안해졌다.
주가는 올 1월10일 장중 3만8천500원을 고점으로 바닥을 모르고 미끄러졌으며특히 지난달 28일 실적 발표 당일에는 13%나 떨어졌다.
지난 3일 종가 1만2천650원은 고점의 3분의 1 토막에 불과하며 상장후 최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MP3플레이어는 기능을 차별화하기 어렵고 디자인과 가격에서 경쟁하는 상황이 됐는데 레인콤이 `공룡'급인 애플을 넘어설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최영석 애널리스트는 "레인콤이 신제품을 내놓고 대응하겠지만 어떤구도로 전개될지 전망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증권 홍영아 애널리스트는 "제품 가격 인하 추세, 원재료 가격 하락속도 둔화, 광고 마케팅 경쟁, 애플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마진 낮은 HDD 타입 비중 확대전망 등을 감안하면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주가가 워낙 많이 빠졌다는 점에서 `매수' 의견을 내고있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레인콤 IR 관계자는 "애플도 가격 인하 전략 때문에 주가가 많이 하락했기 때문에 가격을 더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말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연계한 마케팅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공략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삼성전자의 경우 출혈을 감수하는 전략인 것 같은데 그 때문에 저가 제품시장이 중심이고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김종수 최윤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