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엔저 제동… 아베노믹스 또 암초

수출경쟁력 떨어져 피해 우려
"TPP에 환율 조작 제한 조항을"
양당 200여명 오바마에 촉구
아베 수출증대 전략 차질 예상


엔화가치 절하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을 양 날개로 삼아 수출을 증대시켜 경제회생을 도모하려는 아베노믹스가 암초를 만났다. 미국 국회의원 200여명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TPP에 상대국의 환율조작을 제한하는 조항을 삽입하라"고 촉구하는 서한을 보낼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정부는 자국을 포함해 총 11개국이 참가 중인 TPP 협상에 일본이 참여하는 안을 승인해달라고 의회에 요청한 상황이다.

30일 로이터가 입수한 이 서한 사본에는 "상대국의 환율조작을 근절하는 내용이 TPP에 포함돼야만 한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이 서한은 민주당의 존 딘겔 의원(미시간주)과 공화당의 릭 클로퍼드 의원(아칸소주) 등을 포함해 양당 의원 각각 2명의 주도로 작성됐으며 모두 200여명의 하원의원이 서명했다. 한 의회 소식통은 편지가 다음주 중 백악관에 전달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는 최근 인위적인 엔화가치 하락으로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이 TPP에서도 환율과 관련한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면 미국 산업의 피해가 현재의 수준을 넘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로이터는 미국 국내, 특히 자동차 공장이 밀집된 디트로이트 시민들을 중심으로 일본의 엔저와 TPP에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번 서한을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서한에 서명한 하원의원이 200여명으로 하원 정원(435명)의 절반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도 일본의 TPP 협상 참가를 허가하려면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국익 차원에서도 엔저로 자국 자동차산업의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무턱대고 TPP를 밀어붙일 수도 없다.

이런 가운데 TPP에 환율과 관련한 제약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잇따르고 있다. 워싱턴에 소재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중국 등의 환율개입으로 최대 100만명의 미국인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면서 TPP는 물론 갓 협상에 착수한 미국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도 환율 관련 조항을 집어넣으라고 촉구했다.

이에 이른 시일 안에 TPP를 체결해 '수출증대→임금상승→소비증가 및 디플레이션 탈출'에 나서려던 일본의 전략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경제성장 전략, 이른바 '세 번째 화살'의 핵심으로 적극적인 FTA 체결을 꼽고 있다. 이를 통해 전체 무역규모에서 FTA 체결국과의 교역비중을 현재의 19%에서 향후 5년 안에 70%로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일본의 최대 교역국인 미국과의 TPP 협상이 시작도 하기 전에 삐걱대면서 이 같은 계획도 흔들리게 됐다. 실제 미국이 의회의 의견을 반영해 TPP에 환율조작 제한 조항을 삽입할 경우 엔저와 TPP라는 양 날개 중 엔저라는 날개가 꺾여 TPP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일본의 반발로 협상이 지지부진해진다면 무제한 돈풀기의 순기능이 드러나기 전에 부작용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으며 농민들의 TPP 반대시위 또한 더욱 격화해 국내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 미국이 경기회복을 위해 막대한 달러를 풀고 있는 상황에서 TPP에 환율조작 제한 규정을 삽입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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