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김, 셸휴스턴오픈서 2년만에 우승 18번홀 파 퍼트 놓쳐 연장전 불구 차분한 플레이로 정상 올라
입력 2010.04.05 16:58:00수정
2010.04.05 16:58:00
'노력과 참을성만 보태면 차세대 황제감.' 재능과 승부사 기질을 타고난 재미교포 앤서니 김(25ㆍ한국명 김하진)에게 늘 따라다니는 칭찬 아닌 칭찬이다.
로스앤젤레스에서 결혼한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지난 1985년 태어난 앤서니 김은 2007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데뷔해 2008년 5월 와코비아챔피언십과 같은 해 7월 AT&T내셔널에서 우승하며 타이거 우즈의 뒤를 이을 선수로 꼽혔다. 그러나 지난해 부진에 빠지면서 우승 없이 네 차례 '톱10' 입상에 그쳤다. 왼손 엄지 인대를 다치기도 했지만 재능에 비해 부족한 노력, 럭비공 같은 성격 등을 원인으로 보는 시각이 더 많았다.
그런 그가 노력과 참을성이야말로 1인자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듯하다. 그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정말 연습을 열심히 했고 자주 우승하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한번 나쁜 샷을 하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았다. 차분함을 유지하면서 조금 물러서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도 밝혔다.
거의 2년 만에 거둔 시즌 첫 우승 과정도 달라진 그의 모습을 보여줬다.
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험블의 레드스톤GC 토너먼트 코스(파72ㆍ7,457야드)에서 열린 PGA투어 셸휴스턴오픈 4라운드. 앤서니 김은 2언더파 70타를 쳐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본 테일러(미국)와 공동 선두로 정규 라운드를 마쳤다.
연장전 분위기는 앤서니에게 불리해 보였다. 막판까지 2위 테일러에 1타 앞서 우승을 낙관했던 그가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1.8m 파 퍼트를 놓쳐 연장전에 끌려갔기 때문.
제 풀에 무너질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앤서니 김은 18번홀 연장전에서 안전하게 파를 지켜내 정상에 올랐다. 이번 대회 내내 페어웨이 적중률이 41%에 불과하며 티샷이 흔들렸으나 연장전에서 드라이버 대신 우드 티샷을 선택해 페어웨이와 그린을 놓치지 않았다. 반면 테일러는 티샷과 두번째 샷을 잇달아 벙커에 빠뜨린 끝에 보기를 적어냈다. 그는 "(18번홀에서 파를 놓쳤을 때) 2년 전 같으면 골프백을 물에 집어 던져버려 연장전에서 쓸 클럽이 없었을 것"이라면서 "지난해부터 아주 열심히 연습했고 내 게임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되면서 서두르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우승상금 104만4,000달러를 받은 앤서니 김은 이번주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를 앞두고 필 미켈슨(공동 35위), 파드리그 해링턴(공동 40위), 어니 엘스(공동 44위) 등을 모두 제치며 큰 자신감도 함께 수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