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B 뛰는데 유럽은 걸었다

美 IPO·M&A 호황에 자문료 급증
2분기 매출 지난해보다 24% 늘어
유럽은 더딘 회복에 11% 증가 그쳐


미국 투자은행(IB)들이 올 상반기 뉴욕증시 호황에 힘입어 라이벌인 유럽 IB들을 경쟁에서 멀찌감치 앞서나갔다.

블룸버그는 자체 분석을 통해 JP모건ㆍ골드만삭스ㆍ씨티그룹 등 미국 대형IB의 2ㆍ4분기 매출이 전년동기보다 24%나 불어난 반면 바클레이스ㆍ도이체방크 등 유럽 IB의 매출은 같은 기간 11%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11일 보도했다.

미국과 유럽 IB업계의 희비가 엇갈린 가장 큰 이유는 미 증시 활황세에 따른 기업공개(IPO) 및 인수합병(M&A) 호황으로 미국 IB가 받은 자문료가 크게 불어난 것이다. 일례로 올 들어 북미지역에서 이뤄진 M&A 규모는 전년동기보다 6% 늘어난 7,100억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유럽에서는 느린 경제회복세 탓에 M&A 규모가 전년동기보다 1.4% 줄어든 4,950억달러에 그쳤다. 이에 따라 미국 IB업계는 2ㆍ4분기 전세계 IPOㆍM&A 자문료시장 점유율이 33%로 지난 2008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유럽 IB는 30%를 밑돌았다.

유럽 IB업계가 지난 분기 약세를 면치 못한 데는 FICC(채권ㆍ통화ㆍ원자재시장) 분야에 대한 익스포저가 높은 것도 한가지 이유로 지목된다. 바클레이스와 도이체방크의 총매출에서 FICC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달하지만 골드만삭스는 30%에 불과하다. 유럽 IB는 2ㆍ4분기 FICC 부문 매출이 전년동기보다 8% 줄어든 11억달러에 머물렀지만 미국 IB의 매출은 12% 증가했다.

유럽 금융규제 당국이 IB의 부실을 막기 위해 자본확충을 강제하는 것도 이번 결과를 초래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미국 IB가 채권판매로 받는 수수료가 유럽 IB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채권 판매량에서 유럽 IB가 미국 IB를 제쳤지만 유럽 IB는 평균 수수료가 0.19%인 데 반해 미국 IB는 0.51%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빠른 경제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유럽은 지지부진한 탓에 이 같은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자문기관인 엘릭스파트너스의 클라우디오 스카도비 대표는 "유럽 IB는 비용을 더 줄이고 미래가 불투명한 부문의 영업을 과감하게 접는 등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미국 IB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같이 체질개선을 실시한 것이 오늘날의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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