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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인천국제공항 면세사업권 낙찰구역이 새로 재편됨에 따라오는 9월부터 루이비통 면세점 사업권은 기존 신라면세점에서 롯데면세점으로 넘어간다. 루이비통은 신라면세점의 끈질긴 구애로 콧대를 세우며 2011년 세계 최초로 공항 면세점에 입점했지만 자의와는 무관하게 롯데면세점에 새로 둥지를 틀게 된 것. 하지만 면세점 내 루이비통은 최근 유커의 방문이 예전같지 않고 오히려 한국 화장품과 쥬얼리 및 시계 부문으로 관심이 옮겨가는 바람에 매장 효율이 급감해 '계륵' 같은 존재로 전락했다는 눈총까지 받고 있는 현실이다.
국내 명품 시장을 호령하던 1세대 명품 대표주자 루이비통이 온갖 수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매장 확장 정책과 명품으로서는 낮은 엔트리 가격 정책 때문에 '3초 백'이라는 오명을 얻은 루이비통은 샤넬과 에르메스 '투톱' 체제가 확고해지면서 명품 브랜드 반열에서 완전히 물러났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이제는 '프레스티지'가 아닌 '매스티지'의 범주로 분류되며 대중 브랜드의 이미지가 굳어졌다는 얘기다.
앞서 루이비통은 지난해 3월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리뉴얼 작업 때 샤넬과 에르메스에 밀려 구찌, 프라다가 있는 컨템포러리 명품관인 '웨스트(WEST)'로 밀려나는 굴욕을 당했다. 초고가 정통 명품 브랜드가 입점된' 이스트(EAST)'에는 샤넬, 에르메스, 고야드와 고가의 럭셔리 시계 브랜드가 즐비해 있다. 루이비통 측에서 이스트에서 샤넬과 에르메스에 좋은 입지를 빼앗길 바에는 차라리 웨스트의 노른자 자리에 남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다는 전언이다.
루이비통은 LVMH 그룹 내에서도 찬밥 신세다.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 회장의 관심은 온통 지난 6월 청담동에 아시아 최대 규모로 오픈한 플래그십 스토어 '하우스 오브 디올'에 쏠려 있다. 크리스챤 디올은 프랑스인들이 고야드와 함께 가장 사랑하고 선망하는 럭셔리 브랜드로, 한국 시장에서의 브랜드 가치가 예전만 못하지만 아르노 회장의 디올 사랑은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아르노 회장은 지난 6월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가 한창일 때도 주변의 우려를 무릅쓰고 디올 하우스 오픈식에 참석, 자리를 빛낸 바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인천국제공항의 가능성을 보고 세계 첫 면세점 입점이라는 수식어를 달며 입성했지만 공항면세점에서 역시 과거의 영예가 사라진 지 오래다. 2011년 오픈 당시만 해도 요우커들이 루이비통에 열광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코스메틱 브랜드와 고가의 시계로 옮겨 오며 루이비통 매출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실정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루이비통이 더 많은 투자와 지원을 기대했던 신라면세점에 섭섭해 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롯데 측이 기대했던 부분을 메워주길 바라고 있지만 루이비통이 매출 상위권에서 밀려나 이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대중 브랜드로 전락한 루이비통의 이미지 쇄신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럭셔리 브랜드에게 이미지는 생명과도 같아 한번 떨어진 이상 회복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청담동 럭셔리 브랜드의 한 관계자는 "최근 3년 간 루이비통이 국내외에서 지나치게 매장을 확대해 오며 매출 견인에만 몰두해 왔는데 그 여파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이제 루이비통에 '명품'이라는 수식어는 적합하지 않게 됐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