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138> ‘나음보다 다름’


얼마 전 홍성태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가 재미있는 책을 썼습니다. ‘나음보다 다름’, 단순히 정해진 경쟁 구도 속에서 남들보다 나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확실하게 차별화함으로써 이미지를 부각하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차별화라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쳇바퀴처럼 도는 직장 생활, 수많은 사람들이 동일한 목표를 추구하는 경쟁 사회의 원리를 들여다보면 조금이라도 남보다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 개선하는 게 급선무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다름’을 추구하다 보면 혼자 튄다는 욕을 먹기 쉽죠.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사람을 부담스러워하는 한국 특유의 커뮤니티 문화, 당당한 사람을 싸가지없다고 말하는 폐쇄적인 풍토를 생각해 보십시오. 과연 ‘나는 다르다’고 목소리 높여 이야기할 수 있는 이가 많이 있을까요?

그렇지만 나음보다 다름을 비록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더라도 마음 속에 담아 두어야 할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특히 상사에게 무엇인가 주문받아 일처리를 할 때가 대표적입니다. 수많은 윗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콘텐츠를 기획하고 구성하여 결과물을 내는 데 무뎌져 있습니다. ‘물건’을 만드는 것은 아랫사람들에게 전가하고, 자신은 그 아이디어의 적절성과 활용가치만을 판단하는 ‘의사결정’을 하겠다는 자세가 배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리더들은 하룻동안 일 처리한 횟수를 회의의 빈도로 세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에게 일이란, 남에게 얼마나 많이 시켰느냐, 그리고 좋은 아이디어와 지식을 부하에게서 얼마나 ‘빼먹었느냐’일 수 있습니다. 자연히 당하는 부하직원 입장에서는 서글프고 억울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내가 월급만 아니라면 이 짓을 안 할 텐데’라며 자조 섞인 탄식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이라는 게 일단 불합리한 처사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피해자라는 생각에서 좀처럼 빠져나오기 힘들어 집니다. 결국 달라지지 않는 상황을 두고 상황 탓에만 온 에너지를 쏟는 전략적이지 못한 행동이 벌어지는 것이죠. 반대로 같은 경우라 하더라도 적당한 무관심 속에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들과 당신을 비교하면 할수록 ‘상사의 수탈’에 대한 억울함이 깊어질수록 문제는 계속 불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왜 스스로의 운명은 이토록 거칠 수 밖에 없는가를 고심하게 되는 것이죠.

상사에게 주는 게 아까운 상태에서 남과 스스로를 비교하기 시작하면 비참한 심정마저 듭니다.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당신을 압제하는 상태를 조금 다른 프레임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사가 보고를 빙자하여 아이디어를 ‘빼앗아’ 가는 과정은 씁쓸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거칠었던 아이디어가 걸러지고, 더 좋은 생각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때로는 ‘착취’를 ‘학습’의 기회로 삼는 생각이 필요한 게 아닐까요. 또 스스로 ‘다른’ 존재라고 마인드컨트롤 하는 자세도 절실하지 않을지요. 지금은 비록 힘든 상황이지만, 언젠가는 차별화된 캐릭터가 될 거라는 자기 주문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지속된 불평등의 무게 속에서 힘겨워 하는 직장인들에게 ‘나음보다 다름’만이 정신건강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라면, 본인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오늘 하루는 ‘상사의 수탈을 어제와는 다르다’고 되뇌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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