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 사물·공간에 우주가…

공간 탐구가 김도균 개인전

김도균의 신작 'b'시리즈.

전시장에 들어서면 밤하늘 같은 새까만 화면들을 맞닥뜨린다. 천체망원경으로 촬영한 우주의 한 장면과도 같은 작품들이 반짝이는 별들을 담고 있다.

공간(空間)에 대한 다채로운 연작으로 유명한 작가 KDK(본명 김도균)의 개인전이 청담동 갤러리2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2010년에 연 '라인 업(Line Up)' 이후 2년 만의 개인전이다.

바닥에 뉘인 채 설치된 작품이 우선 눈길을 끈다. 북극성을 중심으로 하루 한 바퀴씩 도는 별들이 빛으로 그려낸 시간 중 일부를 떼어 낸 흔적이다. 동시에 이번 전시의 출발 지점이 된 작품이기도 하다. 2년 전 파리 근교를 차로 지나던 작가는 쏟아질 듯 아름다운 별빛에 취해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한 시간 이상 카메라를 열어둔 채 그 시간을 촬영했고 그것은 새로운 우주적 공간감을 가진 작품이 됐다. 작품은 마치 새까만 바탕에 짧은 색선(色線)들을 그은 단정한 추상화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파랑ㆍ노랑ㆍ빨강의 색은 인위적으로 칠한 것이 아니다. 별은 수명에 따라 푸른 빛에서 점차 붉은 빛으로 변해가는데, 그 같은 별의 나이 차가 작품에서는 각기 다른 색으로 표현된 것.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그 동안 외부에서 채집하던 '공간'에 대한 탐구에서 일상적인 공간을 새로운 시선으로 탐색해가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그 옆 벽에 걸린 작품은 밤하늘의 별과 일렁이는 오로라를 촬영한 듯하다. 하지만 사실은 암막커튼 사이로 가늘게 새어 들어온 빛이 우주와 별처럼 보인 것. 늘어뜨린 커튼 자락이 마치 오로라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또 한쪽에는 별들이 모여있는 성단(星團)이 걸려있다. 이 작품은 오래된 검은 가죽의자를 가까이서 촬영해 확대한 것으로 가죽의 재질감이 마치 별이 무리지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별이 수직으로 쏟아져내리는 것 같은 또 다른 작품의 경우 그래픽카드가 고장난 모니터를 고스란히 촬영한 것이다.

결국 이번 전시에서는 실제 밤하늘을 촬영한 바닥 설치작품 1점을 제외하고는 모든 작품이 "주변 사물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공간"을 촬영한 것이다. 진짜 별과 가짜 별의 이미지를 뒤섞어 전시함으로써 작가는 실제 피사체와 사진에 나타난 이미지 사이의 '실제와 허구'의 관계를 되묻는다. 그동안 견고하게 지어진 건축물이 만들어낸 공간을 촬영하던 전작에서 사물이 만들어낸 유동적인 공간을 해석한 작가의 새로운 시도가 돋보인다. 전시는 8일까지 열린다. (02)3448-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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