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신경영`을 선포한지 7일로 10년이 된다. 일개 기업그룹의 새로운 경영 10년이 관심을 끄는 것은 그 때부터 세계 초일류기업을 향해 쉴새 없이 달려왔고,성과도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점점 국경이 없어지고 경쟁이 치열해져 초일류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에서 일류기업으로 도약한 삼성그룹의 신경영 10년은 우리경제의 나갈 바를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 빼고 다 바꿔라”는 이건회 회장의 발언이 기폭제가 된 삼성의 신경영 전략은 지난 10년간 눈부신 실적을 거두었다. 우선 기업의 부채가 336%에서 65%으로 낮아져 건실한 기업으로 거듭났다. 매출도 92년에 비해 4배나 늘었고 수출도 국가 전체수출액의 거의 20%를 차지한다. 순익도 국내상장기업 전체의 61%나 되며 시가총액은 국내증시의 27%를 넘어서고 있다.
이처럼 훌륭한 성적표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회장의 리더십과 인재 중시 및 발 빠른 구조조정에서 찾을 수 있다. 신경영 선포 후 그룹은 양적팽창에서 품질과 수익을 따지는 질적경영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집중투자를 했다. 이 같은 방향전환,즉 구조조정은 딴 그룹보다 IMF위기를 수월하게 극복하는 힘이 됐다. 이와 함께 `탁월한 한명이 천명,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인재중시 경영이 이를 뒷받침했다.
삼성은 뛰어난 신경영 10년 성적표가 말해주듯 세계 일류기업의 발판을 확실히 마련했으나 지금부터가 문제다. 삼성의 국제적 이미지는 휴대폰과 반도체로 대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휴대폰은 중국의 추격이 거세고 반도체도 메모리는 한계에 거의 도달했다는데 이론이 없다. 앞으로 몇 년은 이것으로 버티겠지만 그 후 삼성이나 우리경제의 버팀목이 될만한 미래사업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인재발탁도 여의치 않다. 2등 기업과의 격차 확대와 신 성장엔진 개발은 `사람`에 달렸는데 이공계기피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적에 관계없이 인재를 찾고 있으나 문화충격 등으로 벽에 부딪쳐 있다. 삼성이 18일 5,000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대화의 장을 마련한 것도 이러한 난관을 돌파하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려는 몸부림이라고 할 것이다.
인재양성을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것은 올바른 방향 설정이다. 세계 1등 품목을 2005년까지 현재의 17개에서 30개까지 늘리려는 계획의 성공여부도 여기에 달렸다고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를 통한 기술과 브랜드파워 제고 및 투명경영이 요구된다. 이는 삼성뿐만 아니라 우리기업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과제로 삼성의 신경영 2기 선언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김현수기자 hs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