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9월 8일] 언제까지 외양간만 고칠건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속담은 기사를 쓰면서 가장 인용하고 싶지 않은 속담 중 하나다.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음에도 사고가 난 후 잘못을 지적하는 것도 결국 ‘사후약방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올 들어 옥션ㆍ다음ㆍ하나로텔레콤 등의 굵직한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고객 개인정보 유출로 홍역을 치룬 상황에서 이번에는 GS칼텍스에서 사상 최대 규모인 1,100만여명의 고객정보가 유출됐다. GS칼텍스의 고객 정보 유출은 기업을 믿었던 소비자들에게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 할지 허탈감까지 안겨준다. 기업들의 개인정보 유출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10년 전 추석을 앞두고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렸던 지존파 사건은 수백만원으로 백화점 직원에게 고객 정보를 빼내 살인을 저지르기도 했다. 친구찾기 사이트였던 아이러브스쿨은 주민등록번호와 출신 초ㆍ중ㆍ고ㆍ대학의 개인정보를 모조리 해킹당하기도 했다. 하긴 동사무소 직원이 주민등록번호와 실명 등이 찍힌 종이를 함부로 버려 붕어빵 용지로 발견되기도 했으니 개인정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재는 한 개인이나 기업만을 탓할 일도 아니다. 개인정보 유출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온다. 지존파 살인사건과 같은 처참한 상황은 제외하더라고 국민들은 온갖 정크메일이나 휴대폰 스팸문자를 지우느라 귀한 시간을 허비해야 한다. 여기에다 갈수록 지능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전화사기(보이스피싱)은 국민들을 언제라도 피해자로 만들 수 있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성이 있는 기업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고객정보에 책임을 가져야 한다. 특히 백화점, 대형 마트, 홈쇼핑 등 유통업체의 고객정보는 맘만 먹는다면 개인의 신상정보는 물론 결제에 따른 금융정보ㆍ소비성향 등 대부분 경제활동에 따른 정보를 모두 알 수 있다. 최근 들어 유통업체들이 가족들 간의 연계 포인트 사용을 확대하며 문어발식으로 개인정보 유출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회원을 확보하고 회원정보를 활용하는 데만 열을 올릴 뿐 보안 관리는 엉망이라는 소비자들의 비판을 새겨 들여야 한다. 옥션에 이어 이번에도 네티즌을 중심으로 집단소송 움직임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부실한 보안 관리가 기업에 대한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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