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주춤할 수도 있다. 분명 공포영화가 맞는데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이 장면에서 과연 웃어도 될까” 하는 고민이 생긴다면 당신은 샘 레이미의 공포영화를 제대로 보고있는 것이 확실하다. ‘스파이더 맨’ 시리즈로 유명한 샘 레이미 감독은 공포영화의 대가다. 1981년에 만들어진 그의 공포영화 ‘이블데드’는 이미 스파이더 맨 이전에 수많은 마니아를 형성했다. ‘드래그 미 투헬’은 이블데드 3부작 이후 샘 레이미가 18년 만에 만든 공포영화다. 그리고 그 기다림은 확실히 가치가 있다. 승진을 눈 앞에 두고 있는 대출담당 은행원 크리스틴(알리슨 로먼)에게 노파 게너시가(로나 라버)가 찾아온다. 노파는 대출을 연장을 해달라고 통사정하지만 크리스틴은 상사에게 ‘결단력’을 보여주기 위해 노파의 청을 거부하고 이 과정에서 모욕을 느낀 노파는 크리스틴에게 악마 ‘라미아’의 저주를 건다. 노파의 청 한번 거절했다고 지옥으로 끌려가는 저주를 받은 설정부터 어딘가 우스꽝스러운 영화는 웃음과 공포를 동시에 주는 재주를 부린다. 그리고 그 공포와 웃음은 한데 잘 어우러져 99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을 꽉 채운다. 개연성이 빈약한 줄거리와 카리스마가 부족한 악마 ‘라미아’의 아우라에도 불구하고 샘 레이미의 재치있는 연출과 보기만해도 고생스러움이 느껴지는 두 여배우의 호연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잔인하게 죽어나가는 사람도 없고, 한을 품은 귀신이 없어도 ‘B급’스러운 유머와 완벽한 연출로 재기발랄한 공포영화를 만들어 낸 샘 레이미 감독의 솜씨를 제대로 볼 수 있다. 11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