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규모 크지 않아 영향 제한적 현지진출 건설·유통업은 타격 불가피

■ '베트남 위기' 국내 파장은

베트남의 매머드급 국영기업인 비나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이 베트남 금융권과 경제 전반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베트남 대형 국영기업인 비나신이 6,000만달러를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함에 따라 비나신에 채권이 물린 베트남 은행들의 연쇄 디폴트 선언은 물론 다른 베트남 국영기업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비나신의 경영악화 및 디폴트 가능성은 이미 수 개월 전부터 예견됐던 일이지만 시장에서는 비나신 사태가 베트남 경제의 신용도 전반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의 선임연구원인 알란 그린은 "비나신 디폴트의 파장은 한 회사의 앞날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경제 전반에 대한 파장을 우려했다. 무디스는 지난 15일 비나신 사태를 이유로 베트남 국가신용등급을 'Ba3'에서 'B1'으로 한 단계 강등했다. 비나신은 조선업을 주력으로 성장해온 베트남 대표 국영기업으로 현대중공업과 합작사를 설립해 우리나라와도 인연을 맺고 있다. 1996년 설립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지만 계열사가 200여개에 달할 정도로 무분별한 사업확장을 일삼으면서 부실의 상징으로 전락해 급기야 최근 정부가 지급보증 불가 방침을 선언하면서 몰락의 길을 걸어왔다. 문제는 비나신 사태가 일개 기업의 몰락에 그치지 않고 가뜩이나 통화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베트남 경제를 뒤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비나신 사태가 공기업에 대한 신뢰를 끌어내리는 것은 물론 공기업 여신 비중이 높은 베트남 국영은행들의 부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무디스는 15일 무디스가 베트남 국영 석탄산업공사 비나코민의 신용등급을 강등했으며 23일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이 회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추는 등 베트남 국영기업에 대한 국제 신뢰도가 빠르게 악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금까지 베트남 정부가 비나신 문제에 대한 해결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해외 투자가들이 이를 우호적으로 보지 않고 있어 베트남 기업들은 외국 자금을 빌리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결국 베트남 경제가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비나신 디폴트에 대해 낙관적인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AFP통신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비나신이 구조조정을 거치면 장기적으로는 베트남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지급보증에 나서지 않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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