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말말] “나는 촌닭” “서울집값 비싸서 장관 못하겠다”

“촌닭이 갑자기 불려온 느낌입니다. 시골에서만 살던 사람이라 아는 것은 많지 않지만 성심으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대통령 인사보좌관으로 내정된 정찬용씨가 스스로 자처한 `촌닭`은 그동안 인수위 활동 가운데 오르내린 입담 가운데 압권으로 꼽힌다. 17년간 경남 거창에서 교사로 일한 데다 광주 YMCA 사무총장을 역임한 정찬용 인사보좌관 내정자는 소감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특유의 전라도 사투리와 경상도 어투로 세종로 종합 청사 별관 4층 기자실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경상도 봉하 마을 시골 소년에서 21세기 첫 대통령이라는 꿈을 이룬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20년이 넘게 제도권 밖에서 활동하다 청와대에 발을 들여 놓는 정찬용 보좌관의 모습은 말 그대로 닮은꼴이었다. 지난달 9일 노동부의 보고를 받다 뛰쳐 나간 박태주 인수위 사회문화여성분과 전문위원의 한마디는 말 많았던 이번 인수위와 정부 부처와의 갈등을 그대로 보여줬다. “노동부는 당선자의 공약을 평가하거나 심사하는 기관이 아니다. 당선자의 의지를 반영하지 않았고 실천할 의지가 없는 보고를 계속 듣고 있는 것은 시간낭비”라는 박위원의 말은 개혁성향의 인수위와 현실주의자일 수밖에 없는 공무원 사이의 이상과 현실이라는 괴리감을 극단적으로 드러냈다. “정부측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노 당선자의 비전과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관료가 그리 많지 않다”는 김병준 정무분과 간사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노 당선자의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은 공무원뿐이 아니었다. 노무현 당선자가 직접 뽑은 송경희 청와대 대변인 내정자는 소감 발표 기자회견에서 노 당선자의 국정철학을 어떻게 생각하는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번도 뵌 적이 없어 다음에 말하겠다”고 말해 국정철학도 모르면서 어떻게 대변을 할 수 있느냐는 비판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송 내정자는 최근 노 당선자의 저서와 발언록을 챙겨 읽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후문이다. 타향살이로 어려움을 호소한 인수위원들의 푸념도 화제거리였다. 박범계 정무분과 인수위원은 “대통령선거 당시부터 4개월째 객지생활을 하고 있는데 아침밥을 제대로 먹을 수 없어 힘들다”며 애교섞인 불만을 늘어 놨다. 하지만 걸작 가운데 걸작은 부산 출신의 허성관 경제1분과 인수위원의 “서울 집값을 알아봤더니 부산의 36평 아파트를 팔아도 서울에서 15평 아파트 전세밖에 구할 수 없더라”는 하소연이다. 특히 모 인수위원은 “서울 집값이 하도 비싸서 장관을 시켜줘도 못하겠다 ”는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지난달엔 설을 맞아 인수위 기자실의 회식 자리에 `아나고 회`가 등장했다. 연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이낙연 당선자 대변인은 “이제 정권도 바뀌었으니…”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인수위 기자들 사이에서는 “국민의 정부는 홍어 정권, 노무현 정권은 아나고 정권”이란 우스갯 소리가 한동안 유행했다. <홍병문기자 hb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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