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시장 '유리그릇' 됐다

금융위기로 환율·주가 변동성 환란 때보다 8배·3.6배↑
'달러캐리' 위험성도 커져


지난해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미국 주가 등 해외 변수가 우리 시장에 주는 충격이 지난 1997~1998년 환란 때보다 훨씬 커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해외 변수가 우리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환란 때보다 3.6배, 환율의 경우는 8배나 됐다. 그만큼 우리 금융시장의 체력이 해외 충격에 취약한'유리그릇'이 됐다는 뜻이다. 특히 최근 글로벌 달러약세의 흐름을 타고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되는 '달러캐리 트레이드'가 급증하면서 새로운 거품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와 당국의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유복근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과장과 최경욱 서울시립대 교수가 24일 내놓은 '국내외 금융시장의 연계성 변화 분석'이라는 논문에서는 해외시장의 변동성이 국내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네 가지 해외 변수를 통해 비교한 결과 이번 위기에 따른 충격이 환란 때보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4개 변수는 미 금리(TB) 및 주가(S&P500)와 국제 단기자금시장의 신용위험을 나타내는 TED스프레드, 주식시장의 불안심리를 나타내는 VIX다. 분석 결과를 보면 네 요인이 원ㆍ달러 환율에 미친 영향력은 환란 때 2.5%였지만 이번에는 20.0%로 8배 커졌다. 국내 주가에 미친 영향력은 3.7%에서 13.4%로, 금리는 2.01%에서 4.04%로 각각 3.6와 2배 높아졌다. 글로벌 위기의 영향력이 이렇게 큰 것은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이 대폭 개방되고 외국인의 비중이 커지면서 국내외시장의 연계성이 높아진 탓이다. 실제로 우리 상장주식 시가총액에서 외인 비중은 1995년 말 11.8%에서 지난해 말 29.4%로 뛰었다. 외국인의 영향력은 달러캐리 트레이드가 본격화한 올 들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달 20일까지 외국인의 순매수 금액은 29조9,572억원으로 30조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팔아 치운 33조원어치를 올 들어 거의 다시 사들인 셈이다. 문제는 이런 움직임이 또 다른 거품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외국인 자금이 우리 경제상황과 상관없이 지난해처럼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로 한꺼번에 빠져나갈 경우 한국 경제는 극심한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이날 한 포럼에서 "현 주가는 상당 부분 재정지출, 통화정책 완화에 따른 거품"이라며 "특히 캐리 트레이드가 늘어나 거품을 더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현 자산시장의 거품이 꺼지면 또 한번 경기하강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한 뒤 ▦부동산담보대출 비율 조정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기관의 이익에 대한 과세 등 적절한 사전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팀장은 "외국인 매수세가 상당히 불규칙해 지나친 낙관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유 과장도 "통화정책을 수립할 때 해외 변수를 보다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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