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대왕의 군대가 기원전 326년 인도의 인더스 강을 건넜을 때, 어느 옷감보다도 희고 가벼운 천으로 만든 옷을 입은 주민들을 만나게 된다. '솜을 만들어 내는 나무' 코튼에 대한 서양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군인들이 돌아와 그 씨를 심었지만 솜을 얻는 데는 실패하고 만다. 수십세기가 지난 18세기 제국주의시대에 접어들면서 유럽은 인도에서 수입한 면제품에 열광하게 된다. 합성섬유가 섬유시장의 60%를 점령하고 있는 오늘에도 면 섬유는 아직도 나머지 40%의 시장을 차지하면서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로 유명한 프랑스 학술원의 경제학자이자 문학가인 에릭 오르세나가 목화를 둘러싸고 돌아가는 세계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저자는 말리ㆍ미국ㆍ브라질ㆍ이집트ㆍ우즈베키스탄ㆍ중국 등 목화와 관련된 6개의 주요 국가를 다니며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와 더불어 각 국가별로 어떤 방식으로 목화가 생산ㆍ유통ㆍ소비되고 있는지를 살핀다. 그 여정은 나라전체가 목화 생산에 매달리는 아프리카 말리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민영화로 혼란을 겪고 있는 말리의 목화생산 현주소를 소개한다. 다음은 미국. 나라전체가 목화생산에 매달리는 말리와 달리 미국은 전체 인구의 2%만이 목화 생산에 종사하고 있지만 전 세계 목화 수출액의 40%를 차지하는 목화 강대국 미국은 유전자 변형 등의 논란을 일으킨 장본이기도 하다. 책은 면화 강국의 옛 영광을 회상하며 다시 살리고 싶어하는 이집트, 사회주의 국가 체제에서 벗어나지만 여전히 그 그늘에서 허덕이는 우즈베키스탄, 한 도시 전체가 면화 생산으로 들썩이는 중국의 도시를 찬찬히 돌아보면서 목화와 얽힌 세계화를 인문학적으로 풀어낸다. 저자는 천연자원 목화를 통해 일상인의 평범한 삶 속에까지 깊숙이 파고 든 세계화가 옳은 것인지 그리고 잘 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