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부산 광안리에서 개최된 스카이 프로리그 전기 결승에 모인 관람객은 4만 여명. 2004년과 2005년에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린 것에 비하면 다소 적은 수준이지만 주변 여건을 감안하면 성공작이라는 반응을 얻었다. 지난 2004년과 2005년은 휴가 시즌의 최고 절정기에 개최된 것에 반해 이번 대회는 폭우로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미루고 있던 상황이었다. 따라서 순도 면에서는 과거 10만 명 이상에 해당된다고 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스타크래프트가 국내에 상륙한지 10여년 만에 e스포츠는 이제 단순한 게임 대회가 아니라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명실상부한 스포츠로 자리를 잡았으며, 다양한 산업에 영향력을 미치는 새로운 콘텐츠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e스포츠, 어떻게 성장했나= 지난 1999년 KT(당시 한국통신)의 인터넷 접속 서비스인 ‘코넷’ 광고에 19세의 게이머 이기석이 등장했다. 이는 e스포츠가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이기석은 이후 스타크래프트 세계 1위라는 타이틀과 함께 젊은이들 사이에서 우상으로 떠올랐으며, 이는 국내 e스포츠 발전의 초석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 게임 대회는 스타크래프트가 국내에 상륙한지 일년 뒤인 1998년에 처음 개최됐다. 하지만 초창기에도 불구하고 게임 방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던 스타크래프트의 고수를 가리기 위한 게임 대회가 봇물을 이뤄 이 해에만 ▦KPGL ▦베트탑 ▦넷클럽 ▦프로게이머 코리아 오픈 ▦한국 마스터즈 대회 등이 잇따라 열렸다. 이어 2000년 상반기에는 KIGLㆍPKOㆍKGL 등 3대 프로 게임리그로 정착된 후 온게임넷과 MBC게임의 양대 리그 체제로 완성됐다. 프로게이머가 활약하는 프로게임단의 창단도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로게임단의 시조는 청오정보통신의 ‘SG’로 이기석씨와 온게임넷의 프로리그 해설가로 활약중인 김창선씨가 주축을 이루었다. 현재는 모두 11개의 프로게임단, 280여명의 프로게이머가 활약하고 있다. ◇젊은 민심 챙기려면 e스포츠 잡아야= e스포츠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면서 정치권을 비롯해 기업에서도 젊은이의 마음을 얻기 위해 e스포츠 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는 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 등 국회의원 29명이 ‘e스포츠와 게임산업 발전을 위한 의원 모임’을 결성하고 특별법을 만들어 e스포츠 지원을 추진 중이다. 공식적인 활동 뿐만 아니라 많은 국회 의원들이 게임대회에 참여해 게임 솜씨를 뽐내는 등 ‘젊은 민심 잡기’에는 게임이 최고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지역 내 젊은 민심을 챙기는 데 e스포츠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부산, 대구, 대전, 용인 등의 지방자치단체에서 e스포츠 프로리그나 국제대회 예선전을 유치했으며, 자체 행사로 진행하는 아마추어 대회는 수도 없이 열리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e스포츠 개최는 준비 부족으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e스포츠가 국민적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이기도 하다. ◇e스포츠는 콘텐츠 산업의 미래= e스포츠는 이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만 흥미로운 대상이 아니다. e스포츠와 관련한 예금상품이 출시되는가 하면 대기업들의 게임단 창단도 줄을 잇고 있다. e스포츠를 전문적으로 방송하는 방송사인 온게임넷과 MBC게임은 케이블TV의 인기 채널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또한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에서도 유명 게이머들의 경기장면을 담은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원에서는 e스포츠가 약 1조4,000억원의 산업 확대 효과를 발생시켰다고 분석할 정도다. e스포츠의 게임 운영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 프로야구나 프로축구처럼 발전시킨다면 방송이나 기업홍보 등에 미치는 효과는 더욱 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e스포츠협회에서는 국책사업으로 e스포츠의 경제 효과에 대한 분석에 착수했으며, e스포츠를 콘텐츠 산업의 미래로 키우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