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조사의 허와 실/장영철 국회의원·신한국(로터리)

요즈음 정치권의 가장 큰 관심과 화제는 대선후보들에 대한 각종 언론의 지지율 조사결과 발표다. 대략 일주일 정도의 기간을 두고 연속적으로 발표되고 있는 지지율 조사결과에 따라 정치권 제세력들이 일희일비를 거듭하는 것이 요즈음 정치권의 세태다.대통령 후보들의 하루일과나 각 정당에서 발표하는 정책이나 논평도 다음번 지지율 조사에 어떻게 반영될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이루어지고 있으며 국민들 또한 지지율 조사에 정치적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문제는 이런 현상들이 바람직한 것인가 아닌가의 문제를 떠나 지지율 조사에 대한 과신으로 자칫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대통령선거에 대해 지나치게 경솔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지지율 조사가 대세론이나 심지어 후보교체론 같은 또다른 여론을 형성하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지지율 조사결과가 대세몰이가 되어 대통령 선택의 보다 중요한 판단기준들을 무시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의 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사실 지지율 조사란 조사시점의 후보들에 대한 지지분포를 보여주는 대단히 정태적인 결과일 뿐이다. 지지율 조사가 특정후보의 정책이나 정치적 비전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거친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우리는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흔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의 지지율 조사의 정확성을 예로 들면서 그 효용성을 설명하기도 하나 미국 대통령 선거는 두가지 점에서 우리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하나는 미국 대통령 선거는 정책대결의 기반이 완전히 자리잡혀 있다는 점이다. 반면 우리의 정치의식은 아직 정책적 차별성보다는 사람 중심, 연고 중심의 차별성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또 하나는 미국 대통령 선거는 공개 토론회 및 예비선거라는 공개된 공론화의 과정을 거친다는 점이다. 따라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의 지지율 조사는 각 후보들간의 정책 등에 대해 거의 완전한 공론화의 과정을 거친 다음에 실시한 것이기에 조사의 정확성도 높을 뿐만 아니라 조사의 역기능에 대한 우려도 불필요해지는 것이다. 아무튼 이번 1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본격화 되기 시작한 지지율 조사가 몇가지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극복하고 정치의 공론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믿으며, 우리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