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1호 항공기인 '부활호'가 제작된 지 51년만에 다시 창공으로 힘차게 날아 올랐다.
1953년 10월 11일 우리 기술로 자체 제작한 부활호는 1960년까지 연습기로 활용되다가 지하창고로 옮겨져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22일 공군 군수사령부 제81항공정비창 주기장에서 설계자 이원복(78.예비역 대령)씨와 처음으로 부활호를 조종한 민영락(79)씨, '부활'이란 휘호를 하사한 이승만전대통령 아들인 이인수(73)씨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부활호는 힘찬 프로펠러 소리를 내며 시원스럽게 활주로를 달려 하늘로 떠올랐다.
부활호는 이날 1991년 우리 기술로 독자 개발한 최초 항공기인 기본 훈련기(KT-1)와 나란히 비행에 반세기의 역사가 만나는 뜻깊은 순간도 만들어냈다.
부활호가 새 날개를 펼 수 있게 된 데는 당시 제작과정을 진두지휘했던 이원복씨와 고(故) 문용호씨의 남다른 사랑과 관심 때문이다.
이씨는 1990년 미 공군이 시험평가를 위해 부활호를 미국 본토로 옮겼다는 풍문을 우연히 듣게되면서 '우리 항공기를 되찾겠다'고 결심하고 미 공군과 항공기 제작사에 수차례 문의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한 일간지에 부활호 행방을 쫒는 그의 기사가 실렸고 이를 본 대구경상공업고등학교의 퇴직 교사의 결정적인 제보로 올해 1월 이 학교 지하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 부활호의 뼈대를 찾아냈다.
부활호는 전쟁의 후유증이 가시지 않을 무렵인 1960년대 초 민간인에게 인계된후 기록조차 남아있지 않은 채 지하창고로 숨어버렸고 심지어는 날개나 엔진, 프로펠러 등 주요 부품은 없어지고 결국 녹슨 뼈대만이 옛 주인을 만나게 된 것이다.
어두운 창고 안에서도 한 눈에 부활호를 알아본 두 사람은 두터운 먼지를 닦아내고 뼈대 앞부분에서 51년의 세월을 이겨낸 '復活'이란 휘호를 찾아냈고, 공군도당시 제작인원과 동일한 27명의 제81항공정비창의 전문 요원으로 복원전담팀을 꾸렸다.
당시 설계도가 남아있지 않아 남은 뼈대의 치수를 재 나머지 부품의 크기와 두께 등을 일일이 계산해 나가는 역설계 방식과 자료사진을 이용해 200여장의 설계도를 그려냈다.
또 항공기 부품 수입사와 재미 동포들의 도움으로 미국의 중고시장을 뒤졌으나 엔진을 찾을 수 없었고 인터넷으로 수입업체 여러 곳에 수소문한 끝에 당시와 동일한 엔진을 소유한 서동화(51)씨와 연락이 닿았고 지난 7월 엔진을 기증받게 됐다.
이, 문씨와 공군 복원팀은 기계 대신 망치로 알루미늄을 두드리는 전통식 타출방식으로 동체를 만들고 컴퓨터 그래픽으로 당시 제호를 살려 비행기를 복원해냈다.
그러나 여든의 노구를 이끌고 작업 현장을 수시로 오갔던 문씨는 지난 9월 8일그토록 그리던 부활호의 비행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고 이달 21일 국립현충원에영면했다.
이원복씨는 "부활호가 첫 비행할 때의 감격이 생생하다. 복원작업 성공으로 이미 반세기 전 항공기를 제작했던 우리의 훌륭한 항공역사가 사장되지 않아 기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