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대의 입시 간소화, 대학가로 확산돼야

서울대가 정시의 논술ㆍ구술 폐지, 문과생의 의대 지원 허용, 정시 모집군 변경 등을 골자로 한 2015학년도 입시전형을 확정 발표했다. 서울대가 사실상 대학 입시의 정점에 서 있는데다 새 제도 하나하나가 입시환경에 적지 않은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에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다. 문과생의 의대 지원 허용은 융합형 인재 발굴을 핑계로 수능 만점자를 싹쓸이하겠다는 의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시 모집군을 변경함에 따라 대학가 입시일정에 연쇄적 이동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형 간소화 조치는 전향적이고 바람직한 조치로 평가된다. 정시에서 100% 수능 성적으로만 선발하는 방식이 사교육비와 수험생 학습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서울대를 비롯한 대다수 대학들은 정시에서 수능 외에 논술ㆍ구술을 치르는 2단계 평가방식을 채택해왔다. 그 결과 가뜩이나 난수표나 다름없는 전형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학생들을 학원가로 내몰았다. 변별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대학생조차 풀기 어려운 고난도 논술 출제는 사실상 본고사의 부활이라는 논란까지 야기했다. 서울대 논술ㆍ구술 고사의 29%가 대학 과정에서 출제됐다는 시민단체의 분석도 있다. 수능 100% 반영 전형이 특목고ㆍ자사고 열풍을 부르고 재수와 반수를 늘린다는 지적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전형 간소화와 학습부담 경감 차원에서 본다면 정색하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

수시 비중을 줄이고 정시 비중을 늘린 것도 같은 맥락에서 환영할 일이다. 다만 정시 비중을 좀 더 확대할 수는 없었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계기로 최근 몇 년 동안 수시 비중을 급격히 늘려온 서울대의 올해 수시 비중은 82.6%로 전국 197개 대학 가운데 단연 으뜸이다. 이번에 줄인 75.4%는 올해 전국 대학 평균치의 66%에도 못 미친다.

난수표 전형과 수시 확대는 사교육비 증가와 공교육 붕괴의 주범으로 지적돼왔다. 서울대만의 변화로 입시 난맥을 해소하고 수험생 부담을 줄여주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사립대를 비롯한 각 대학들은 모집군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 아니라 전형 간소화와 수시 비중 축소의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