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손질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내년 하반기 이후로 예상되는 금리인상을 앞두고 연준 기준금리의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FT에 따르면 익명의 관계자들은 연준이 광범위한 은행 간 대출현황이 반영되도록 기준금리의 정의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현행 연방기금 금리는 미국 내 은행 간의 대표적 초단기 금융거래인 오버나이트(overnight·1일물) 대출금리를 채택하고 있다. 이 금리는 매일 거래를 중개한 은행 브로커들로부터 실제 거래금리를 보고받은 뒤 평균을 내는 방식으로 산출한다.
FT는 연준이 구체적으로 연방기금 금리를 산출하는 과정에 은행 간 거래 외에 유로달러(미국 이외 다른 나라에 은행에 예치된 달러) 거래를 포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또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도 연방기금 금리 결정 요소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FT는 연준이 최근 수개월간 은행들로부터 세부 단기차입 자료를 수집했으며 이는 연방기금 금리체계 변경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연방기금 금리 변경과정에서 연준은 시장과 광범위한 협의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목표치를 0~0.25%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연방기금 금리를 손질하는 것은 금리인상 효과가 예상보다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연준의 천문학적 돈풀기(양적완화)로 은행 보유현금이 크게 불어나면서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해도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준은 세 차례에 걸친 양적완화로 수조달러 규모의 국채와 모기지채권 등을 매입했으며 이렇게 풀린 돈의 상당액이 은행 지급준비금으로 흘러들어간 상황이다. 분석가들에 따르면 현재 미국 시중은행은 법으로 정해진 양 이상의 지급준비금을 쌓아놓아 단기 자금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할 필요가 없으며 이에 따라 거래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즉 현재 연방기금 금리체계로는 금리를 올려도 은행이 자금조달에 나서지 않아 실제 금리가 올라가지 않게 된다. 내년 중반쯤 금리인상을 준비하고 있는 연준의 신뢰성에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연준 지도부는 실제 은행 간 차입 시장 여건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기준금리의 정의를 확대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도 연준 이사들은 유로달러 대출을 기준금리에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외국계 은행은 연준에서 저금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통로가 없어 통상 유로달러는 연방기금금리보다 높은 금리가 붙는다. CP나 CD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단기거래까지 포함할 경우 연방기금 금리가 오를 여지가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준금리의 정의를 확대한다고 해서 실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확신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크레디트스위스 뉴욕지점의 금리전략 책임자인 아이라 저지 국장은 "유로달러를 포함하는 것이 당장 연방기금 금리에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지만 금리가 더 높아졌을 때 미치는 영향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