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대형 경기민감주에 대한 실적 우려가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주를 중심으로 한 내수업종의 약진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통·음식료 등 주요 내수소비주는 정부의 내수활성화 정책과 경기회복, 소비심리 개선 등의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며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적 개선 기대 속에 외국계 증권사에서는 "올해 한국 소비주가 10년 만의 투자 호기를 맞았다"는 분석까지 내놓으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월 24일 기준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전망치를 내놓은 상장사 223곳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143조146억원이다. 이는 전년(116조2,661억원) 대비 23% 늘어난 수치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전통적인 실적 강자인 IT·자동차 업종의 부진 속에 소비·유통업종은 영업이익이 20% 넘게 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섬유의복 업종의 올해 영업이익(2,693억원)은 지난해(2,039억원)보다 32.08% 늘어나고 음식료품(20.95%), 유통업(20.27%)도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수치가 보여주듯 소비주는 올해 국내 증시에서 '10년 만의 투자 호기'라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우호적인 환경을 맞고 있다. 새 정부 2년 차를 맞아 내수 부양정책이 기대되는 데다 원화 강세, 소비경기 개선 사이클 등 전반 여건이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와 다르게 최근 식음료 가격과 가스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을 허용해주고 있는데, 이는 소비와 투자를 유도해 내수 활성화를 꾀하려는 정책의 연장선"이라며 "인플레이션·원자재가격 안정화에 따른 수혜가 기대되는 CJ·삼양식품·현대그린푸드와 소비촉진 정책의 수혜가 전망되는 엠케이트렌드·웅진씽크빅·대교·한솔제지 등이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소비심리가 최근 개선되고 있는데다 가계소득 증가에 따른 소비경기 개선도 기대된다"며 "전반적인 소비환경 개선 속에 수요가 집중되는 기업 또는 산업에 집중할 것"을 조언했다. 다만 최근 해외직구(직접구매)와 병행수입 확대 속에 백화점·화장품·의류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는 만큼 내수 소비재 내에서도 해외직구 등 이슈에서 벗어나 있는 음식료나 해외사업 모멘텀이 강한 종목에 선별 투자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외국계 증권사의 긍정적인 전망도 눈여겨 볼만하다. 크레디트스위스(CS)는 최근 '한국에서 10년에 한 번 일어날 일'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이 일본 제외 아시아(NJA)에서 소비 증가율이 가장 큰 국가가 될 것"이라며 "한국 소비섹터의 판매, 밸류에이션, 주가에 있어 올해가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소비 증가율은 지난해 대비 1.80%포인트 뛸 것으로 보인다.
반면 NJA 전체 소비 증가율은 0.57%포인트에 그친다. 보고서는 "한국의 소비 증가율 상승폭은 10년 전인 지난 2005년 아시아 최고를 기록한 후 약세를 보여왔다"며 "그러나 올해는 실업률·가계부채·저축률 등 소비 관련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어 소비주의 어닝서프라이즈 기대감도 커지고 이에 따른 주가 상승도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기존 한국 소비주에 대한 접근은 글로벌 경기나 한국 내수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실적의 20% 이상이 수출 등 외부 수익에서 발생하는 기업에 포커싱돼 있었다"며 "그러나 올해는 외부 모멘텀 뿐만 아니라 한국 내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가고 있는 기업들로도 관심 범위를 넓혔다"고 밝혔다.
CS가 최선호 종목으로 제시한 호텔신라는 2009~2013년 5년 평균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11%였으나 2013년부터 2015년까지의 3년 치 평균 증가율은 132%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마트도 1%에서 17%로, 아모레퍼시픽은 4%에서 19%로, 현대백화점과 LG생활건강은 각각 6%에서 13%, -3%에서 14%로 EPS 증가율이 늘어나 과거 5년 대비 눈에 띄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CS는 "최근 3년(2011~2013년)간 소비주가 강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아시아 경쟁사 대비 저평가돼 있는 만큼 올해는 한국 소비주의 새 시대가 될 것이고 이 같은 흐름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유통·소비업종 외에 유틸리티 업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공공요금 현실화 정책에 의한 가격 인상 및 실적 개선 모멘텀이 기대되는 데다 대외변수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칠 대외 이벤트가 많은 시기에 핵심 대안주로서의 매력이 크게 부각 될 수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전력의 올해 영업이익은 5조4,467억원을 기록해 전년(1조5,782억원) 대비 245%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순이익의 경우 올해 7년 만에 흑자 전환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역시 올해 영업이익(1조5,647억원)이 지난해(1조3,124억원)보다 19.22%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건설업은 올해 영업이익 1조7,756억원을 기록해 지난해(2,304억원) 대비 670.80%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업종 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 성장률이다. 다만 건설업종은 지난해 주요 기업의 어닝쇼크로 기저가 상당히 낮아진 데 따른 영업이익 증가율 급등이란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물론 주요 대형 건설사들의 실적이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바닥을 통과하는 모양새지만, 주가에 탄력이 붙으려면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적어도 지금보다 국내 건설·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해외에서 저가에 수주한 건설공사가 마무리(1분기 예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