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지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 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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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초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9.4%에서 9.7%로 상향 조정했다. 인도는 전세계 주요국가 중에서 중국 다음으로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고 규모 면에서도 세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는 나라다.
현재 인도의 경제, 금융중심지인 뭄바이에 오면 1990년대 초 상하이를 연상시킬 만큼 많은 빌딩과 주거지역 공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또 최근 방갈로, 델리, 봄베이 등 주요 도시의 공항이 새단장 하면서 외국인들에게도 인도 인프라에 변혁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인프라, 빌딩, 주거지역에 대한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부동산 가격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고,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이 높은 임대료와 월세 부담에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인도의 자동차 판매 대수 증가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난 8월에는 한 달만에 16만대가 넘게 팔리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3% 성장했다.
현재 인도에 보급된 자동차는 약 4,000만대로 인구가 12억명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동차 보급률이 전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휴대폰,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비롯해 보험, 펀드 등 금융상품까지, 성장률은 폭발적이지만 절대 숫자에서 아직 미약한, 그래서 잠재력이 더 부각되는 나라다.
인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032달러(113만원)수준에 불과하다. 이미 중국이 3,735달러에 이른 것과 비교하면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다는 뜻이다.
한편 얼마 전 한국의 언론에 소개됐듯이 세계 4위이자 인도 최고의 갑부인 암바니가 뭄바이에 1조원에 달하는 자택을 지었다고 한다. 인도에는 이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갑부가 계속 탄생하고 있으며 부유층이 증가하면서 이들이 주로 소비하는 사치품 시장의 규모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인도는 구조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큰 나라다. 전체적으로 국민들의 소득이 증가하고 있지만 공급이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무엇보다도 국가 경제는 9% 이상 성장하고 있는데 농업 생산량 증가율은 2%대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음식과 관련된 상품의 가격이 치솟고 있고 인도 정부 역시 이에 대한 긴장을 놓지 않고 있다.
경제 성장이 빠른 나라일수록 인플레이션 문제가 대두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러시아나 브라질 등 경제 성장이 본격화 되고 있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인플레이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인도도 이와 같은 흐름에서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인도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느끼는 점은 인도 국민들이 성장에 대한 대단한 갈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각자 가난했던 과거를 청산하고 중국을 넘어 선진국에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과연 10~20년 후 인도가 지금의 중국, 혹은 중국을 넘어서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우뚝 솟을 수 있을 지 필자도 궁금하다. 현재의 성장 속도와 국민들의 열망을 생각해본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다만 성장 과정에서 많은 나라들이 겪어왔던 '성장통'의 문제들을 별탈 없이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