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은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 국가정보원 직원들에게 선거개입을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지만 선거법 위반은 아니다"라고 11일 판결했다. 비록 1심 선고 공판이지만 대선 이후 1년9개월여를 끌어온 주요 정치쟁점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기에 의미가 깊다. 원 전 원장은 뇌물수수 혐의로 1년2개월을 복역하고 출소한 지 이틀 만에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특정 여론 조성을 목적으로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에 직접 개입한 것은 어떠한 명분을 들어서도 허용될 수 없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 것으로 죄책이 무겁다"며 원 전 원장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선거개입 혐의에 대해서는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라거나 선거에 개입하라는 지시가 없었기 때문에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이번 재판의 핵심인 국정원 심리전단의 댓글과 트위터 활동, 이를 지시한 원 전 원장의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했지만 선거법 위반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검찰 내부에서만 세 차례 공소장 변경이 이뤄질 만큼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논란과 다툼이 치열했다. 특히 수사과정의 외압 논란과 이에 따른 검찰 내부조직의 '항명사태', 사상 초유의 국정원 압수수색 등이 있었다. 또 정치권으로 논란이 옮겨붙으며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렀다.
우리는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 다만 이번 법원 판결로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이 다시 정치쟁점으로 부상하는 것과 이를 확대하려는 정치적 시도를 경계한다. 민주사회에서 사법은 정치·사회적 논란에 대한 최종 판결의 성격이 강하다. 특히 이번 사건과 같이 정치적 논란이 큰 상황에 대해 법원의 판결은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된다.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일부 정치세력이 이를 정쟁의 소재로 삼을 경우 역풍에 휘말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