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소설 ‘로미오와 줄리엣’, 그들에게 휴대폰이 있었다면 과연 비극적인 죽음으로 결말이 맺어졌을까.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MIT 교수는 “21세기는 원자가 아니라 정보의 최소 단위인 비트가 지배하는 디지털 세상이 되고 디지털의 특성인 접근성ㆍ이동성ㆍ정보능력은 삶의 방식을 완전히 뒤바꿔놓을 것”이라고 그의 책(Being digital)에서 말했다.
그의 말 대로 디지털세상의 새로운 기술은 편리함과 더불어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전문가들은 “기술은 혁명이 없고 진화할 따름”이라고 하지만 인터넷과 휴대폰의 발전은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하다. 이런 신기술은 우리에게 ‘정보의 바다’뿐 아니라 ‘정보의 쓰레기’로 가는 길도 제공했고 ‘정보 비만’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이들도 등장시켰다.
‘풍요병(affluenza)’이란 “ ‘풍요(affluence)’가 지나치면 ‘유행성 감기(influenza)’처럼 병을 앓는다”는 의미가 합쳐진 말로 우리시대 정보가 처한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정보 시스템은 예전의 석유와 송유관보다 전략적으로 훨씬 더 중요한 위치에 있다. 정보 시스템을 보존하는 일은 정보화 시대의 가장 소중한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과도한 정보나 허위ㆍ쓰레기 정보로 막힌다면 정보 시스템은 고장나고 제 기능을 잃을 것이다. 정보 스모그를 경계하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정보 쓰레기나 허위 정보들은 마치 대기오염의 주범인 스모그나 매연처럼 가상공간을 더럽힐 뿐더러 사회경제, 국가의 시스템까지 교란시킬 수 있다.
데이터 스모그의 저자 데이비드 솅크는 “17세기경 보통 영국 사람이 평생 접했던 것보다 뉴욕타임스 평일판 하루치 기사는 더 많은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는 유용하게 쓰일 때 제 가치를 찾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관심을 끌고 주목을 받기 위해 더 자극적이고 원초적이고 천박한 엽기 정보들이 춤을 춘다. 이런 정보 쓰레기들은 우리의 대화ㆍ생활을 망쳐버리고 정신 건강마저 피폐하게 한다.
따라서 우리들은 정보가 난립하는 현대사회에서 정보의 가치를 찾아낼 줄 아는 혜안을 가지는 일이 중요하다. 그래도 넘칠 수 밖에 없는 정보 쓰레기는 사회 시스템이 제거해야 한다. 필요한 깨끗한 정보가 유통되는 즈음에 로미오와 줄리엣이 쓰여졌다면 줄거리가 180도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두 남녀 간에 의사전달 수단 부족으로 인한 오해는 없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