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는 중장기 재테크

"벤처투자는 중장기 재테크 인내심 갖고 노하우길러라" 벤처투자 요령 회사원 A씨는 요즘 큰 시름에 잠겼다. 지난해 말부터 올 봄까지 벤처투자에 빠져 모두 5,000만원을 들여 7개 장외기업의 주식을 샀는데 이 주식들이 휴지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돈을 잃은 생각에 밤잠을 설치기가 일쑤다.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벤처거품이 꺼지면서 장외시장이 급격히 냉각돼 대부분의 장외기업 주가가 10분의 1토막이 나 버렸다. 매수세가 완전히 실종돼 장외주식을 팔래야 팔 수가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코스닥 등록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허황된 `꿈'일 정도로 기업실적도 보잘 것 없어 A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속만 태우고 있다. 정현준 사건에서 나타났듯이 얼마전까지만해도 평창정보통신 등 프리코스닥종목 등에 대한 투자열기는 대단했다. `벤처'란 단어만 들어있으면 묻지마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시장관계자들은 약 50만명이 혼자, 또는 여러명이 펀드를 조성해 벤처기업 주식사기에 나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 규모는 대략 30조원 안팎. 이런 과열투자 분위기를 틈타 사이비벤처, 부실기업들이 앞다퉈 유상증자와 지분매각등으로 순진한 투자자들의 돈을 빨아들였던 게 사실이다. 또 성실하게 기업을 운영했지만 역부족으로 부실화된 벤처기업도 부지기수다. 결국 `대박'을 기대했던 대부분의 장외투자자들은 지금 `쪽박'의 쓴맛을 보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다시는 장외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아예 투자기억을 지우려 애쓰고 있다. 벤처투자의 수업료를 톡톡히 치루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주식투자는 언제나 그렇듯 골이 깊으면 다시 높은 산을 만날 수 있다. 피 같은 돈을 투자해 놓고는 상황이 나쁘다고 외면하고 절망하기 보다는 상황에 맞는 투자관리 노력을 해야 한다. ◇ 벤처투자의 초심으로=벤처투자란 한마디로 모험투자다. 벤처(Venture)의 어원은 배(ship)다. 해양개척시기 유럽에서는 동서양 해양무역이 성행했다. 먼 바다로 배을 띄우는 일은 무척 위험한 일이었다. 10척의 배을 보내면 겨우 한, 두척 돌아올까 말까였다. 하지만 무사히 돌아온 한, 두척이 싣고 온 물건들로 나머지 8,9척의 손실을 만회하고도 크게 남았다 한다. 이처럼 벤처투자란 태생적으로 위험을 감수한 투자란 뜻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난해 하반기 코스닥시장과 장외시장의 이상폭등으로 이같은 단순한 진리를 망각했을 뿐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투자손실이 커지고 있는데 대해 너무 초조해 할 필요도, 절망할 필요도 없다. 제대로 투자했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 중 한, 두개는 투자수익을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 ◇ 버릴 것 버려야=벤처투자는 2~3년 이상을 보는 긴 호흡의 재테크다. 성장유망한 기업에 돈을 넣었다면 반드시 재미를 볼 수 있다. 문제는 사이비 벤처가 넘쳐났고, 여기에 투자경험과 관련지식이 없는 묻지마 투자가 결합되면서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90% 이상의 투자자들이 묻지마 투자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기업이 폐업하는 등 투자실패로 손실을 봤다면 깨끗이 잊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를 벤처투자의 소중한 경험으로 만들어야 한다. 즉, 실패 원인을 분석, 벤처투자 노하우를 기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 부실경영 책임 물어야=부도덕한 대주주나 경영자가 주식공모대금을 빼돌리거나 부실경영을 해 회사가 망한 경우가 많다. 이는 주주들의 감시가 소홀한 탓도 크다. 사기성 공모나 부실경영의 책임을 물어 관련자를 처벌, 건전한 투자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투자자의 몫이다. 소액주주들은 수백만원 정도를 투자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작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뭉치면 상황은 달라진다. 소액주주들끼리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며 투자기업을 감시해야 한다. 악덕 대주주나 경영자는 법적 조치를 해 투자자금을 회수하거나 형사처벌을 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 대개의 경우 이런 미꾸라지들이 수차례 똑같은 수법으로 선의의 투자자들을 우롱한다. ◇ 투자후 관리가 더 중요=정상적인 기업이라면 투자자들은 한편으로 채찍질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기업의 어려운 점을 해결하는 데 일조해야 한다. 벤처투자자를 엔젤(angel), 즉 천사로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냥 돈만 대주고 알아서 하겠지 방관하는 투자자는 진정한 벤처투자자가 될 수 없다. 항상 기업을 지켜보다가 도움을 주며 함께 기업을 키워야 한다. 미국의 엔젤들은 성장성 높은 투자기업이 자금이 부족하면 추가 증자를 해 돈을 더 넣어주고 컨설팅이 필요하면 자기가 갖고 있는 전문지식을 제공해준다. 지금 내가 투자한 장외기업들의 목록을 꺼내보자. 그리고 어떻게 관리할지 고민해보자. 속된 말로 `키워서 먹자'는 말을 떠올려야 할 시기다. /이규진기자 sky@sed.co.kr 입력시간 2000/11/06 11:29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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