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열린 외교장관회담은 예상대로 팽팽함이 이어졌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의 회동, 그리고 이어진 아소 다로 일본 외상과의 3국 외무장관 회동은 북한에 대한 제재의 수위를 놓고 차분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대화가 오갔다.
특히 반 장관과 라이스 장관과의 양자 회동에서는 북한의 추가적인 행동에 대한 강한 경고를 보내면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대한 우리 측의 대응 방안과 수위를 놓고는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 등 남북협력 문제는 물론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의 참여 확대 여부를 놓고 라이스 장관은 한국 정부의 가시적 변화를 강하게 요구, 조만간 나올 우리 측의 대북제재 방안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북제재 수위 둘러싼 치열한 ‘공방전’=양국 외교 수장이 머리를 맞댄 자리는 ‘창과 방패’의 대결 양상을 띠었다. 격렬하진 않았지만 조용하면서도 치열했다. 안보리 결의 이행을 위한 한미 공조가 중요하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대북제재 수위를 둘러싸고 미묘한 의견차를 보인 것. 대북 압박 강화와 외교적 해결 병행 추구라는 기본적 출발선상에서 한국 정부의 저울추는 후자에 기울어 있는 반면 미국은 전자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당국자들이 잇따라 금강산관광사업의 재검토를 촉구한 데 이어 라이스 장관도 대북제재의 실질적 효과를 위해 한국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라이스 장관은 이미 일ㆍ한ㆍ중ㆍ러 순방에 앞서 “한국이 모든 대북 활동을 재평가할 것임을 분명히 한 만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보겠다”며 정부에 공개적으로 압박성 메시지를 전했었다. 이번 순방을 통해 대북제재 조치에 있어 한국 정부의 협조를 이끌어낸 뒤 이를 바탕으로 중국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반 장관은 그러나 남북협력사업이 갖는 상징적 의미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한 성과를 설명하며 제재를 통한 압박보다 외교적 노력을 통한 해결이 보다 유효함을 설득하는 데 치중했다. 반 장관은 이날 새벽 귀국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미국은 자금의 유용 문제를 생각하는 것 같은데 구체적 증거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미국이 금강산과 개성공단사업에 대해 법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해 남북경협사업의 근본적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정부의 방침을 재확인했다.
반 장관은 그러면서도 지난 7월 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대북 식량 및 비료제공 보류에 이어 금강산 관광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원 중단 검토 등 정부 나름의 노력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발씩 양보한 절충점 모색=국제적인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에서 상대를 자극하는 민감한 언급은 서로 자제했다. 라이스 장관은 구체적 행동을 촉구하지 않는 대신 보다 진전된 한국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고 반 장관은 ‘유엔 결의안에 부합하는 조치를 마련한다’는 정부의 입장을 거듭 확인시키면서 남북경협사업의 특수성에 대한 미측의 이해를 얻어냈다. 북핵 문제 해결에 한미 정부가 공동 보조를 취하는 선에서 적절한 모양새를 갖춘 셈이다. 이에 따라 대북 특사를 보내 물밑 조율에 나선 중국 정부와의 회담에 따라 북핵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될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