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스코 챔피언십] 반전에 반전… 갤러리들도 숨죽인 V드라마

유선영 LPGA투어 나비스코 챔피언십 우승
연장서 김인경 누르고 정상 등극
시즌 4승 노린 청야니 독주 저지
8년만에 한국인 다이빙 세리머니
서희경은 4연속 보기로 4위 그쳐


세계랭킹 1위 청야니도, 괴력의 장타자 카린 쇼딘도, 3라운드 행운의 홀인원을 기록한 세계랭킹 2위 최나연도 아니었다.

'챔피언의 연못'에 몸을 던진 것은 '침착한 강자' 유선영(26ㆍ정관장)이었다.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한 유선영은 캐디와 함께 멋진 다이빙 세리머니를 펼친 뒤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분이 좋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며 조용히 우승 소감을 밝혔다.

준우승 징크스에 아쉬워하던 한국 팬들에게 시원한 기쁨을 선사한 순간이었다. 시즌 5개 대회에서 3승을 거둔 '여제' 청야니(23ㆍ대만)의 독주를 저지한 한국군단의 마수걸이 우승이자 개인적으로는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이어서 의미가 더 컸다.

유선영은 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 미라지의 미션힐스CC(파72ㆍ6,702야드)에서 벌어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첫번째 연장전에서 5.4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김인경(24ㆍ하나금융그룹)을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유독 한국선수에게 인색했던 이 대회에서 유선영은 지난 2008년 박지은(33)에 이어 두번째로 '포피 폰드'라는 이름의 연못에 뛰어들었다. 이로써 유선영은 통산 9번째로 LPGA 투어 '메이저 퀸' 대열에 합류했다. 태극낭자군의 메이저대회 통산 13번째 우승. 투어 통산 승수는 102승으로 늘어났다. 유선영은 지난 2010년 사이베이스 매치플레이 대회 제패 이후 개인 통산 두 번째 우승을 메이저 타이틀로 장식하며 30만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이날 유선영의 우승을 점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무엇보다 청야니가 1위로 시작했기 때문에 치열한 준우승 싸움 정도가 예상됐다. 그러나 청야니가 첫 홀부터 보기를 범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버디 홀'로 꼽히는 2번홀(파5)에서도 파에 그치면서 우승 다툼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혼전 양상으로 치달았다.

중반까지는 서희경(25ㆍ하이트)의 페이스였다. 12번홀까지 보기 하나 없이 5개의 버디를 쓸어 담은 서희경은 2타 차 공동 4위에서 한때 3타 차 선두로 치고 나갔다. 그러나 우승컵이 보이자 긴장한 듯 갑자기 흔들렸고 14번부터 17번홀까지 4홀 연속 보기를 쏟아내 결국 양희영(23ㆍKB금융그룹) 등과 함께 공동 4위(7언더파)로 밀려났다.

바통을 이어 받은 선수는 김인경이었다. 17번홀까지 버디만 4개를 기록한 김인경은 먼저 경기를 끝낸 유선영(9언더파)보다 1타 앞서 우승이 확실시됐다. 하지만 마지막 홀(파5)에서 30㎝ 파 퍼트를 실패해 연장전에 끌려가고 말았다.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면 연장전에 가세할 수 있었던 청야니도 파에 그쳐 1타 차 3위(8언더파)가 됐다.

승부는 18번홀에서 펼쳐진 첫 번째 연장전에서 갈렸다. 김인경이 7m 넘는 버디 퍼트를 짧게 친 반면 유선영은 5.4m의 퍼트를 성공시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유선영은 2002년 아마추어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등 엘리트 코스를 거친 선수. 프로 데뷔 이후 미국무대 직행을 선택해 2005년 LPGA 2부 투어 상금랭킹 5위 자격으로 2006년부터 정규 투어를 뛰었다. 꾸준한 경기력에도 4년 이상 우승하지 못했던 그는 2010년 매치플레이 대회에서 첫 승을 신고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한국인삼공사와 든든한 후원계약을 맺은 유선영은 직전 대회였던 KIA 클래식에서 2위를 차지한 뒤 마침내 올 첫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일궈냈다.

올 시즌 4승과 최연소 메이저 6승 달성을 노렸던 청야니는 지난해(스테이시 루이스 우승)에 이어 이 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역전을 허용하며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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