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중국의 그림자금융(은행이 아닌 금융기관 또는 비은행 금융상품) 부실이 다른 국가들로 확산돼 대외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는 10일(현지시간) 중국에 수만개의 비은행 대출기관들이 존재하며 이들이 기업과 정부에 엄청난 규모의 신용을 공여하면서 시스템리스크를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샤를린 추 피치 선임국장은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림자금융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안은 이를 제도권 은행의 위험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라며 이미 중국의 일부 신탁과 자산관리 상품이 디폴트(채무불이행)됐음을 지적했다.
또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국 은행이나 기업의 채권을 갖고 있거나 여기에 투자했던 외국 금융기관들도 손해가 불가피했다"면서 "이 같은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이렇게 노출돼 있는 외국 금융기관의 위험 규모가 1조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추 국장은 "이 같은 위험이 아직은 통제 가능하다"면서도 "중국이 세계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그림자금융의 거품이 터지면 매우 심각한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피치는 그림자금융을 통한 자금이 어디로 흘러가며 누가 빌리는지가 거의 알려지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전통적 경고 사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을 우려했다. 신용이 확대되고 있지만 투명하지 않거나 통제되지 않는 채널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림자금융이 통화정책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중국의 국가신용등급도 강등시킬 수 있는 압박 요소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추 국장은 또 "중국은행감독관리위원회가 부실채권 통계를 발표하고 있지만 전체 대출의 36%가 비은행 금융기관을 통해 이뤄지는 마당에 부실채권 비율 1%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앞서 또 다른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지난달 13일 중국 그림자금융이 2010년 말 이후 67% 증가해 지난해 말 현재 29조위안(약 5,250조원)에 달했다고 추산한 바 있다. 이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55%나 되는 규모다.